美 연준 금리 인하 시기 후퇴…인상 언급도
이란-이스라엘 공방, 유가·환율 변동 키워
중동 확전 가능성 낮아 향후 영향 점차 완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분간 3고(高) 형국이 지속되면서 저 평가된 국내 증시의 반등 시기도 뒤로 밀리는 양상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이달 초만 해도 2700선 중반대(2일 종가 2753.16)로 2800선을 바라봤지만 이제는 2600선 마저 내준 상태다. 지난 19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42.84포인트(1.63%) 내린 2591.86에 장을 마감하며 하루 만에 다시 2600선을 밑돌았다. 이날 지수는 장중 한때 2553.55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러한 증시 약세는 현재 고금리 기조 지속 속에 환율과 유가까지 뛰는 3고(高)의 기운이 시장을 휘감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미국의 높은 물가 지수에 당초 6월 말로 예상됐던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은 이미 물건너간 분위기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나오면서 이제는 연내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연준 내에서 중립적 인사로 분류되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연은) 총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경제 서밋에서 “금리 인하의 시급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나의 기본 의견은 아니나 필요하다면 인상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더욱 하락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과 이란간 충돌로 인한 중동 분쟁 격화는 유가 상승을 촉발시키며 국내 경제와 증시에 더욱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습으로 시작된 양국의 공방은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 감행, 19일 이스파엘의 이란 중부 이스파한 보복 공습으로 이어지면서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단행된 지난 19일 한때 브렌트유 기준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73달러까지 오르며 전일 종가(87.11달러) 대비 4.2% 상승하기도 했다. 이후 안정화되면서 소폭 증가한 채 마감됐지만 확전 여부에 따라 언제라도 유가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또 이는 금리와 환율에 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그만큼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고금리 속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는 위험 회피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겨 달러 강세를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9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두 자릿수 이상 급등하며 1390원대로 치솟기도 했다. 이후 다소 안정돼 전 거래일 대비 9.3원 오른 1382.2원에 마감했지만 여전히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통화정책 이연으로 국내 통화 정책 완화 시점 또한 불가피하게 지연될 공산이 커졌다”며 “이스라엘·이란 전쟁 불확실성까지 가세한 유가 불안이 물가안정 경로 이탈 가능성을 높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스라엘·이란 충돌 관련 리스크가 지금보다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낮아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에서의 분쟁 확산을 원하지 않는 미국과 서방이 확전 가능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차단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 정부로서는 중동 문제가 심화되면 외교적 실패라는 정치적 이슈 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에 따른 고금리 지속 등 경제적 이슈로까지 확대될 수 있어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증시도 단기적으로는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회복을 해 나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외국인 투자자 자금 이탈 우려를 촉발할 수 있는 환율도 확전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다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미·일 3국이 재무장관 회의를 통해 공동 대응에 나서면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걸프전이나 9·11 테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걸프전, 4차 중동전쟁 등 역사적으로 내로라하는 대형 지정학적 사건처럼 번지지 않는 이상 증시에 미치는 충격 강도가 세진 않을 것”이라며 “이번 충돌도 정황상 평균 정도의 조정만 받고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