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엿새 만에 이란에 맞보복 공습을 단행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로 거론됐던 \’중동 전면전\’ 측면에선 급한 불이 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나라의 갈등이 중동 전쟁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에 글로벌 원유시장은 안도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언제라도 튈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를 통해 재확인됐기 때문에 마냥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앙은행들의 긴축 완화를 바라던 세계 경제 전망이 또다시 \’시계 제로\’ 상황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외신들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19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이스파한주에 보복을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은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핵시설 등 주요 지점은 완전히 안전하다”며 대규모 타격이나 폭발이 없었다고 보도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란의 핵 시설에 피해가 없다고 밝혔다.
이란의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이번 사건이 외국의 소행이라는 점은 확인되지 않았고 배후도 불분명하다”며 즉각적인 보복 계획이 없다고 일축하는 등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령관을 지낸 미 예비역 해군 제독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이스라엘 공격은 매우 신중했다”며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이번 사태를 축소해 갈등을 낮추는 분위기”라고 CNBC에 말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는 소식에 이날 장중 4% 넘게 폭등했던 국제유가는 상승폭이 크게 제한됐다.
5월물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0.50% 상승한 배럴당 83.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단숨에 90달러선을 돌파했던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 대비 0.21% 상승한 배럴당 87.29달러에 마감했다.
그러나 양국이 본토 공격을 주고 받은 상태인 만큼 지정학적 위험은 해소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유가 흐름과 관련해 “원유시장은 단기적 공급차질에 낙관적으로 변했지만 이러한 관측은 시시각각 뒤바뀔 수 있다”고 짚었다.
유가 급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미로, 고유가로 인플레이션 억제에 실패하면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시점은 더욱 뒤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웰스파고의 폴 크리스토퍼 글로벌 투자 전략 총괄은 “예상치 못한 이벤트는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디스인플레이션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으로 국제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 전망이 안갯속으로 더욱 빠져들게 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늦어지면 각국 중앙은행들도 섣불리 금리를 내릴 수 없는데 이는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침체 우려로 6월 금리인하가 유력한 유럽중앙은행(ECB)마저도 신중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보리스 부이치치 크로아티아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와 연준의 금리차 장기화는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물론 우리는 먼저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지만 그 영향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의 금리차로 유로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달러화로 표시되는 원자재 수입비용이 증가해 물가가 오르는 가능성이 ECB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지아드 다우드 수석 신흥시장 전략가는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며 “만약 중동에서 갈등 확산이 일어난다면 그 영향은 전 세계로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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