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주도권을 두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고성능 AI를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HBM3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HBM4 를 누가 먼저 시장에 내놓는가가 관건이 됐다.
올 초 삼성전자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HBM4를 개발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최근 SK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와 함께 HBM4 공동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TSMC와의 협력으로 HBM 공정과 패키징 기술을 결합, 메모리 역량을 강화해 기술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대만 타이페이에서 TSMC와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6세대 HBM 공동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HBM은 베이스 다이 위에 D랩을 여러 층으로 촘촘하게 높이 쌓아 올린 형태의 메모리다. 기존 D램 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른 초거대 AI 모델 성능 구현을 위한 핵심 부품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까지는 자체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만들었으나 HBM4부터는 로직 선단 공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HBM4는 기존 HBM3와 비교해 2배 가까운 고속·고용량 성능과 전력 효율 개선이 필수적인데 기존 D램 공정으로는 기술 구현에 한계가 있어서다. 베이스 다이에 초미세 공정을 적용할 경우 고객의 주문에 맞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더해 SK하이닉스는 TSMC와 HBM 패키징에도 협력한다. TSMC는 특수 기판 위에 로직 칩과 HBM을 올려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CoWoS)을 보유하고 있다. 양 사가 협력할 경우 주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HBM 패키징 제품을 더 신속히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엔비디아는 GPU용 HBM을 SK하이닉스로부터 1차 공급 받은 후 다시 TSMC에 패키징을 맡기는 방식으로 조달 받았다.
SK 하이닉스의 이같은 동맹 전략은 맞춤형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AI 인프라를 담당하는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자사 뉴스룸 인터뷰에서 “TSMC와의 협업을 통해 최고 성능의 HBM4를 개발하겠다”라며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 경쟁력을 높여 토털 AI 메모리 공급자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향후 맞춤형 AI 메모리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HBM4 부터는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하겠다고 올 초 밝혔다. 이에 더해 최근 삼성전자는 HBM 전담팀을 구축, 맞춤형 HBM 기술 리더십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한 사업 방향에 대해 최근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임원들 자사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공개했다. 지난 18일 김경륜 DS 부문 상무는 “프로세서와 메모리 업체가 제품을 개별적으로 최적화해서는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 혁신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는 업계의 공감대가 있다”라며 “맞춤형 HBM은 AGI 시대를 여는 교두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상무는 “초기 HBM 시장에서는 하드웨어의 범용성이 중요했지만 미래에는 킬러 앱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성숙하면서 하드웨어 인프라가 서비스별로 최적화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겪을 것”이라며 “공동 최적화의 필요성으로 인해 맞춤화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SK하이닉스다. 지난달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하며 삼성전자를 앞서 나가는데 성공했다. TSMC와 반도체 공급망 동맹을 강화한 배경 역시 차세대 HBM 시장에서도 우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다.
SK하이닉스를 뒤쫓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HBM3 고객사 공급에서 경쟁사에 비해 뒤쳐진 만큼 차세대 HBM4 시장을 선점하는게 향후 주도권 확보를 위해 시급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1년 앞선 2025년에 HBM4 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TSMC와 기술 협력에 나선 만큼 삼성전자보다 더 빨리 HBM4를 내놓을 가능성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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