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인텔, TSMC 등 첨단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들 사이에서 ASML의 ‘하이NA EUV’ 장비를 서둘러 도입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공장에 투자 확대를 계기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고사양 제품 수주전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확보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8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ASML은 인텔에 이어 두 번째 고객사에 하이NA EUV(극자외선) 장비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기업명은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는 지난해 12월 하이NA EUV를 처음 도입한 인텔에 이어 삼성전자 또는 TSMC가 두 번째 고객사에 유력한 후보라고 바라봤다.
하이NA EUV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 파운드리에 필수로 쓰이는 EUV 장비 기술을 더욱 발전시킨 ASML의 신제품이다. 1대당 가격이 3억5천만 유로(약 5146억 원)로 추정된다.
기존 EUV 장비로는 기술적 한계를 맞아 구현하기 어려운 1나노대 이하의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활용될 공산이 크다.
로이터는 “삼성전자와 TSMC는 모두 하이NA 장비 도입 계획을 언급했다”며 “인텔이 2026~2027년부터 이를 1.4나노 반도체에 적용하기로 한 데 이어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ASML이 처음 하이NA 장비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주요 조사기관을 중심으로 당분간 수요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장비 가격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기 위해 투자하는 연구개발 비용도 상당하고 반도체 생산성도 기존 EUV와 비교하면 낮아 경제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텔은 하이NA EUV를 최초로 미국 내 연구소에 도입한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며 공식 채널을 통해 장비 반입 영상을 공개하는 등 적극 홍보에 나섰다.
삼성전자 또는 TSMC로 추정되는 고객사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이NA EUV 장비 반입을 시작한 것은 인텔에 맞서 신기술 도입을 서두르겠다는 의미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파운드리 시장 경쟁 판도가 하이NA 장비 도입을 통한 1.4나노 등 차기 미세공정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인텔과 TSMC가 최근 잇따라 1.4나노 공정 도입 계획을 공식화한 점도 이러한 변화가 점차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 발표로 파운드리 업체들 사이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며 미세공정 기술 경쟁의 중요성은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는 그동안 미국에 신설하는 파운드리 공장에 최신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하는 데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더 앞선 공정을 도입할수록 투자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고객사 반도체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예상과 달리 인텔에 이어 삼성전자와 TSMC에도 각각 9조 원 안팎의 막대한 투자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며 첨단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TSMC는 이에 맞춰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2나노 공정을 미국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공장 증설 규모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나노 이하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이 스마트폰 등 분야에서 체감 성능 개선에 기여하는 폭이 크지 않아 수요가 부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한동안 힘을 얻었다.
그러나 미세공정 기술 발전이 성능과 뚜렷하게 직결되는 엔비디아와 AMD 등의 인공지능 반도체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제품으로 떠오르며 변수로 등장했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이 결국 급성장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파운드리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미세공정 기술 속도전에 다시 힘을 실어야 할 이유가 충분해진 셈이다.
하이NA EUV 장비를 실제로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며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수많은 기술적 난제를 넘어야 한다.
이는 결국 상위 파운드리 업체들의 기술력을 판가름하는 시험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는 “ASML의 두 번째 고객사 확보로 하이NA EUV의 시대가 공식적으로 개막했다”며 “TSMC는 당초 기술 활용에 소극적으로 보였지만 결국에는 가야만 할 길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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