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1분기 신규 수주, 전분기 대비 61% 감소
미국 반도체주, 조정장세 진입
TSMC 순이익 9%↑…1년 만에 첫 증가세
“AI 수요 물결 앞둔 전환기가 엇갈린 실적 배경”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과 희망이 하루 새 교차해 주목된다. 세계 반도체 노광장비 시장을 거의 독점해 ‘슈퍼 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이 ‘어닝쇼크’를 기록해 전 세계 반도체 종목의 동반 급락을 촉발했다. 하지만 다음 날 공개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는 정 반대로 ‘어닝서프라이즈’를 연출해 시장 불안을 완화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ASML은 1분기 매출이 52억9000만 유로(약 7조8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EPS)은 3.3달러로 전년의 5.26달러에서 37% 줄었다.
1분기 신규 수주액은 36억1000만 유로로 시장 전망 54억 유로를 크게 밑돈 것은 물론 전분기(92억 유로)보다 61% 감소했다. 특히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주문은 전분기의 56억 유로에서 6억5600만 유로로 급감했다.
이에 ASML 주가는 이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증시에서 6.68% 급락했다. 또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3.87%), Arm(-11.99%), AMD(-5.78%), 브로드컴(-3.49%), 마이크론(-4.47%), 인텔(-1.60%) 등 반도체주가 일제히 약세를 띠었다. 엔비디아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지난달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장세에 진입했다.
블룸버그는 ASML의 저조한 실적의 주요 원인에 대해 TSMC, 한국 삼성전자, 미국 인텔 등 주요 고객사들이 최첨단 장비 주문을 보류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레드번애틀랜틱의 팀 슐츠-멜랜더 애널리스트는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이 예상을 밑돌면서 ASML의 내년 매출과 순이익이 취약해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TSMC는 18일 실적 발표에서 1분기 순이익이 2255억 대만달러(약 9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 2149억 대만달러를 웃돈다. 또 순익은 1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양사의 실적이 엇갈린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TSMC는 현재 AI 개발 관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스마트폰 시장 침체 여파를 상쇄하기 시작했다.
AI 칩 수요 급증에도 ASML 실적이 부진한 것에 대해서 미국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AI의 새로운 물결에 앞서 장비 업그레이드를 서두르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이는 업황의 쇠퇴보다는 전환기적인 측면”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도 “한국이 올해 4700억 달러 규모 칩 생산 허브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 세계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다만 ASML 장비 수요를 증가시킬 이런 프로젝트 중 다수는 아직 건설 중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네덜란드 정부가 최근 ASML 본사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지난달 25억 유로 규모의 특혜 지원을 전격 약속한 것도 장기적으로 호재로 여겨진다. ASML은 임직원 총 2만3000여 명 중 40%가 외국인으로, 정부의 반 이민정책에 타격을 받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본사 해외 이전 가능성을 내비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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