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주말에도 출근. 토요일 또는 일요일 중 하루”
주 6일제를 부활시킨 삼성그룹에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이 국내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인만큼 주 6일제 문화가 삼성을 비롯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삼성그룹 직원들도 조심스럽다. 주 6일 출근은 아직삼성그룹 임원들만 해당한다. 사측은 고위직 임원진 이하 직원들은 절대 주말 출근에 동원되지 않도록 당부를 내린 상황.
다만 주 6일제를 손수 실천하며 임원진들이 모범을 보이는 만큼 삼성그룹 직원들 역시 안심할 수는 없다는 노릇이다. 회사에 직접 출근은 안하더러도 임원진이 시키는 보고서 작성 등 업무량이 증가될 가능성도 높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말 재택 근무를 해야할 가능성도 크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위기 타개책이 꼭 주 6일제여야만 하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은 최근 반도체 실적 부진과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는 하나, 임원의 6일제 근무에 대해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삼성이 그동안 신선한 경영방침으로 우리 경제계의 변화를 선도해 왔지만 임원 주 6일 근무는 실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고 워라벨을 중시하는 트렌드와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일부 계열사에게만 적용되던 임원들의 주 6일제 근무를 그룹 전체 계열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 개발·경영지원 등 특정 부서 고위직 임원들의 경우 이미 주 6일 근무를 해왔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나머지 부서 임원들도 주 6일제에 동참하는 한편 다른 계열사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참여 확정 계열사는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 SDS, 삼성디스플레이 등이다. 아직까지 금융 계열사는 참여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참여 계열사가 느는 만큼 삼성생명 역시 제외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삼성그룹의 고위 임원 주 6일제 근무는 사실상 ‘비상경영’ 선언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의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데다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글로벌 금융 위기 등 대외 복합적 경영 여건이 어려워진 점이 이번 주 6일제 부활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고위직 임원들이 주말에 회의를 하거나 출근을 하는 것은 삼성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SK그룹 역시 올 초부터 24년 만에 사장단 회의를 재개하며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모여 그룹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은 만큼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 임원진들을 중심으로 주 6일제 근무가 확산되며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 여건은 공통적인 상황인만큼 다른 기업들 역시 긴장의 수위가 높아질 수 있어서다.
다만 아직까지 LG전자 등 LG그룹은 임원 대상 주 6일제 근무와 관련한 움직임이 없다. SK그룹도 임원진 역시 매주 주말 중 하루 출근이 아닌 격주로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형태라 부담이 덜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임원진의 주 6일제 근무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노동계에서는 주 4일제에 대한 논의가 확산될 정도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벨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 삼성의 이같은 결정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당장은 임원진만 출근하라고 지시했지만 사실상 팀장급 등도 일하라는 간접적 압박이나 마찬가지”라며 “아무리 삼성이라지만 주 6일제 근무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노사 간 갈등이 원인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지난 17일 임금협상 결렬 등을 이유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단체행동을 진행하며 경영진에 대한 압박을 높이고 있다.
전삼노는 다음달 24일 삼성전사 서초사옥에서도 2차 단체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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