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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보기] 중동과 유가 불안의 쳇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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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국 논설위원
허찬국 논설위원

임시 공휴일로 지정돼 일상을 잠시 멈출 정도로 총선은 큰 정치사였다. 이런 대사를 치르느라 모두 진이 빠졌으니 나라 밖 세상도 이를 감안해줄 만도 한 데 전혀 그렇지 않으니 야속하다. 우리 경제에 부정적 파급력이 큰 일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일자리 사정, 소비자 씀씀이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가 예상했던 것만큼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이러니 모두 목 빼어 기다리고 있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것 같으니 한은의 금리 인하도 미루어질 전망이다. 이런 미국 사정에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금리 인하를 고대하는 금융시장,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울상이나, 우리 수출에 상당히 중요한 미국의 실물 경제가 양호하다는 것이니 양지도 있다. 이에 비해 국제유가 상승은 경제 전반에 짙게 그늘만 드리우는 악재이다.

며칠 전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으로 중동지역 불안이 고조되며 국제유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작년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경제전망은 올 연간 배럴당 평균가격을 85달러(브렌트유, 두바이유도 비슷함)로 가정했다. 그런데 유가는 이미 90달러를 넘어섰고 상황이 악화되면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일 걱정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의 충격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1달러(브렌트유)로 급등하자 우리의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5.1%나 올랐다. 작년 국내 물가상승률이 3.6%로 낮아진 것도 유가가 83달러로 하락한 것에 힘입은 바 크다.

물가는 경기가 좋아 물건이 불티나게 팔려 품귀해지며 각종 가격이 오르거나 혹은 물건을 만드는 원가가 상승하면 각종 제품과 서비스가격이 오른다. 작금 미국의 물가가 내려오지 않는 상황은 전자의 경우, 즉 경기가 좋아서이다. 이에 비해 국제유가가 오르면 우리나라가 만드는 제품 대부분의 생산원가가 높아지며 광범위하게 가격이 오르게 된다. 고환율도 물가와 관한 한 고유가와 효과가 유사하다. 기업이 수입하는 원자재·중간재의 가격을 높여 생산원가를 높인다. 수입되는 소비재의 가격을 높여 소비자물가도 직격한다.

근래 물가불안 요인으로 급부상한 원가뿐 아니라 지난번 본 칼럼에서 살폈듯이 사과·대파 같은 농산물 가격의 급등도 국내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아래의 도표는 주요 품목들이 소비자물가 상승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세로축은 %, 가로축은 2021년 1분기부터 2024년 1분기까지의 기간을 표시한다. 검은 실선은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여준다. 다른 색으로 표시된 블록의 크기는 해당 품목의 가격 상승이 전체 소비자물가 증가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나타낸다. 유가 급등이나 농산물 품귀와 같이 특별한 개별적 품목의 충격이 없는 가운데, 경기가 활황이어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다면 다른 블록들의 크기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몇몇 품목에 기인한 물가상승은 해당 품목 블록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품목별 기여도(2021년 1분기~2024년 1분기)

단위: %, %p.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2024년 3월.
단위: %, %p.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2024년 3월.

올해 초부터 과일·채소 값이 오르며 장바구니 물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데, 도표에서 초록색 블록이 작년 4분기부터 커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농축산물의 하부 항목인 과실류 가격은 올해 들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0% 가까이 올랐다. 그런데 농산물 가격은 2021년 상반기에도 앙등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번과 달리 다른 물가상승 요인이 없었기에 전체 물가가 안정세를 보였던 것이다.

최근 관심이 집중된 국제유가는 도표에서 석유류(빨간색) 가격이다. 유가는 2021년 하반기와 2022년 상반기에도 오르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증가를 이끌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23년 들어 유가가 하락하며 오히려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방향(2023년 빨간 블록은 마이너스 값을 보임)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유가 급등의 문제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유가 상승은 발전 원가를 높여 전기·수도·가스(회색 불록)의 가격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 도표에서 보면 빨간 블록의 크기가 2022년 하반기부터 줄어들었다(즉 유가가 더 이상 오르지 않으면서 전체 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2022년 말부터 회색 블록이 커지는데 이는 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전기·수도·가스 가격에 압력을 가하며 나타난 결과이다.

또 석유류를 제외한 공업제품(노란 블록)의 가격도 2022년 말부터 점점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 이전에 있었던 유가 상승의 직접적 효과(원자재, 운송비 등)와, 2차적으로 높아진 전기·수도·가스 가격으로 인한 생산원가 증가가 광범위하게 나타난 결과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경로가 농축산물 가격에도 작용한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유가 상승은 동절기 온실에서 재배하는 농작물의 생육 조건을 유지해야 하는 농가의 온열비를 높여 부담으로 작용한다. 개인적으로 올겨울 온실에서 감귤을 재배하는 농장주가 난방비 급등으로 죽을 맛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먼저 물가 불안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의 호통 치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총선으로 새로 구성될 국회에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가 못해서 심판해야 한다며 선출된 야당 의원들의 비중이 지난 국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방적 호통보다는 정부와 국회가 협력하여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텐데 가능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둘째,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과 유가 급등 충격은 몇십 년 동안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지겨운 쳇바퀴의 굴레를 벗어나는 근본적 방안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임을 일깨워 준다.

데일리임팩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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