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5570억원에 달하는 자금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농민단체와 금융산업노동조합 등은 자금 운용 내역을 공개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중앙회에 요구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상호금융특별회계의 지난해 결산 결과 557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금융특별회계는 지역농협에서 예금이나 대출 등으로 운용한 뒤 농협중앙회에 예치한 여유분이다. 지역농협이 여윳돈을 의무적으로 예치하면 농협중앙회가 운용해 수익을 내 지역농협에 돌려주는 식이다. 올해 2월 말 기준 특별회계 금액은 109조6410억원이다.
농협중앙회는 상호금융특별회계 결산 후 이자 성격으로 각 지역농협에 자금을 지급한다. 매년 5000억원 가량을 결산 이자로 지급했는데, 지난해에는 이마저도 시행하지 않았다. 결산 이자 미지급분까지 포함하면 약 1조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농협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이 1조5000억원 증가한 데 따른 손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운용 수익도 함께 올랐어야 하는데,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농민단체와 사무금융노조는 중앙회가 손실의 원인을 규명하지 않고, 농·축협 구성원에게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호금융특별회계 손실 사태 규명을 위한 비상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이자율이 높을 때 금융권이 돈을 많이 번다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한심하다”며 “농민의 돈은 손실이 나지 않는 곳에 투자해야 하는데, 정부의 입김에 못 이겨서 적자가 눈에 보이는 데도 투자하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했다.
사무금융노조도 “지금까지 농협중앙회는 농·축협에 특별회계 운용 내역을 제대로 보고한 적이 없다”며 손실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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