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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유가·고금리 등 ‘3高 위기’로 국내증시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투자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23조원 가량 남았다는 측면에서, 향후 국민연금 등 연기금 투자 방향에 따라 밸류업을 포함한 주요 종목들에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연기금 중 규모가 가장 큰 기금으로 대표성을 가진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국내주식 투자에서 일관되게 플러스 수익률을 자랑해온 만큼, 시장의 관심도 한 층 더 커질 것이라는 평가다. 밸류업을 제외하고도 수익률이 담보되는 종목에 한해 수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동 리스크로 인한 국내증시 부진 속에서도 연기금은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연기금들의 총 순매수액은 1739억원이다.
이 기간 동안 연기금들이 사들인 종목들을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606억원으로 순매수액이 가장 컸고, 기아(544억원), SK하이닉스(400억원), 순이었다. 반도체·자동차 등 원화 약세 환경에서 환차익을 통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수출주 위주로 사들인 셈이다. 그밖에도 KB금융(153억원), 현대차(137억원), CJ(128억원) 등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지주사들 주식도 순매수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앞으로의 연기금 투자 행보에 보다 집중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국내주식에 추가로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여전히 20조원 넘게 남아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1분기 때 밸류업 프로그램을 주도했던 수급은 외국인이었지만, 추후 주요하게 봐야 할 것은 연기금 수급”이라며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에 미달하고 있기 때문에, 연기금의 매수세가 관찰되는 시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국내주식에 투자한 비중은 지난 1월 말 기준 13.2% 수준이고, 액수로는 138조1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목표치인 15.4%(161조4000억원) 대비 2.2%포인트가 부족한 상황이다. 목표치까지 23조3000억원 정도 남아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연기금 중 규모가 가장 큰 기금으로 대표성을 지닌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국내주식 운용 규모는 148조원으로 추정된다. 사학(27조원)·공무원(8조원)·군인연금(1조원)의 작년 기금운용 조성액 전체 규모와 비교해도 확연한 차이다.
시장에선 이 같은 큰 규모의 자금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설립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견조한 수익률을 유지해오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증시 부진 속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연금은 1988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주식 투자에서 평균 6.53%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작년에는 22.12%를 달성하기도 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제도 개편을 통해 연기금의 밸류업 동참 근거를 마련하고, 밸류업 우수 기업들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향후 밸류업 종목들에 대한 연기금발 수급효과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연기금은 국민들의 돈을 운용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연기금이 들어간 종목이 비교적 안정성과 수익성이 담보되기에, 하락장 속에서 연기금 선택을 받은 종목들의 투자 비중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밸류업과 관련해선 “정부의 요구가 있는 만큼, 연기금도 어느 정도 투자 비중을 높일 순 있겠지만, 모험보단 안정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힘이 많이 안 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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