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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 풀릴라” 뒷수습 나선 쿠팡…1400만 충성고객의 선택은? [이슈크래커]

이투데이 조회수  

쿠팡이 12일 유료 멤버십인 와우멤버십 월 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멤버십 회비 변경은 2021년 12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린 이래 2년 4개월 만이다. 신규 회원은 13일부터 변경된 회비가 바로 적용되고, 기존 회원은 8월 첫 결제일부터 적용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들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쿠팡을 향한 고객들의 원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 월 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데 따른 것인데요. 신규회원은 13일부터 기존 회원은 8월 중 재가입일로부터 인상된 가격이 적용되죠.와우 멤버십은 그동안 가격 대비 성능, ‘가성비’를 내세우면서 140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했는데요. 이번 가격 인상엔 난색을 표하는 이용자가 적지 않습니다. 인상 폭이 예상을 한참 벗어나면서 ‘배신감’까지 느껴진다는 토로가 줄을 이었는데요. “쿠팡이츠 배송비 무료 혜택부터 예상된 수순이었다”, “쿠팡이츠랑 쿠팡플레이 사용 안 하는데 이용료를 개별로 책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중국 플랫폼과 경쟁하기 위한 재원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셈” 등 비판을 내놓고 있습니다. ‘탈퇴’나 ‘멤버십 해지’를 거론한 이들도 적지 않았죠.

부랴부랴 쿠팡은 ‘와우 회원’을 위한 특가 행사를 내놓으며 고객 달래기에 나섰는데요. 과연 고객들의 마음이 다시 돌아설 수 있을까요.

(뉴시스)

가격 인상 단행, 왜?…‘충성고객 확보’ 자신감 작용한 듯

쿠팡의 멤버십 가격 인상은 2021년 12월 이후 약 2년 4개월 만입니다. 당시 와우 멤버십은 2900원에서 4990원으로 72% 올랐는데요. 이번에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인상됐습니다.

쿠팡의 이번 가격 인상 단행에는 충성고객을 확보했고, 이들이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쿠팡은 그간 ‘락인(Lock-in) 효과’를 이용해 충성고객 확보에 열을 올려왔습니다. 락인 효과는 소비자가 일단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거나 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유사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의존도를 높이는 전략을 말하죠.

쿠팡의 가장 큰 강점은 로켓 배송입니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가 오픈마켓 형태로 판매자에게 플랫폼을 제공했다면, 쿠팡은 여기서 나아가 상품 직매입 구조로 물류 서비스를 고도화했습니다. 여기에 무료 배송 및 반품으로 편의성을 더했는데요. 유료 회원은 새벽에 택배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등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쿠팡 생태계’에 고객들을 가두는(?) 전략으로 중무장한 셈입니다.

이 같은 전략은 제대로 통했습니다. 쿠팡은 지난해 6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2010년 창사 이래 14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죠.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 주식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쿠팡 Inc는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37% 이상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특히 월 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12일에는 21.25달러로 거래를 마치면서 전날 대비 11.49% 올랐죠. 쿠팡 주가가 20달러 선을 넘은 건 1년 6개월여 만인데요. 요금 인상으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겁니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다년간의 투자와 끈기, 인내가 필요한 과감한 시도이자 새로운 역량이 바로 로켓배송이고 그것이 성공이란 결실로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하며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묻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낮은 가격 정책 이후엔 가격 인상…소비자 ‘가격 저항’도 상당

락인 효과를 노리는 게 비단 쿠팡만의 일은 아닙니다. 카카오도 유사한 전략을 취해왔죠. 정보통신기술(ICT)부터 금융,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카카오톡 플랫폼과 결합한 사업으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달성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충성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는 한편, 서비스 초반 낮은 가격 정책을 펼치는 것이 특징입니다. 더 많은 고객을 충성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죠.

문제는 이후 발생합니다. 충성고객에 대한 락인 효과가 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제품 및 서비스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데요. 쿠팡의 이번 월 회비 인상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한 진통도 예상됩니다. 무리한 가격 인상으로 실적 개선은커녕, 업계 1위에서 물러난 기업들의 사례도 발견되기 때문이죠.

최근 치킨업계엔 또 한 번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한때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교촌치킨은 3위까지 내려앉았고 ‘빅3’ 업체 중에선 유일하게 매출도 꺾였는데요. 여기엔 ‘나 홀로 가격 인상’이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교촌치킨은 지난해 4월 메뉴 가격을 최대 3000원 올렸습니다. bhc, BBQ가 가격을 동결하는 동안 ‘나 홀로 가격 인상’을 감행한 건데요. 리서치 기업 ‘메타서베이’가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촌치킨의 가격 인상 이후 다른 치킨 전문점을 찾는다는 이들이 전체 응답자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았습니다.

택시업계도 요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택시 기본요금을 기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리고 주행 시 적용되는 거리당 요금과 시간당 요금도 인상했습니다. 기본 거리도 2㎞에서 1.6㎞로 줄었고 시간요금과 거리요금도 오르면서 택시비 부담이 커졌죠. 택시 공급난을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카드였지만, 이후 택시 이용객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택시 호출 플랫폼들의 월간 이용자는 적게는 6%에서 많게는 40%까지 감소했고, 파산한 택시 업체도 있습니다. 택시가 아닌 대중교통으로 향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서울 시내 심야버스 승객수는 지난해 1월 40만 명에서 요금이 인상된 직후인 지난해 2월과 3월엔 각 44만 명, 52만 명으로 확대되기도 했죠.

(사진제공=네이버, 신세계그룹)

환승 고객 잡아라…경쟁업체 프로모션 속속 발표

쿠팡이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자아낸 상황, 경쟁업체들은 멤버십 할인을 속속 발표하면서 노를 젓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다음 달까지 유료 멤버십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가입한 적 없거나 6개월 내 멤버십 가입 이력이 없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멤버십 3개월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합니다. 이 기간 신규 가입자는 3개월 구독료 1만4700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인데요. 모든 멤버십 이용자에겐 3개월간 ‘도착 보장 무료배송’ 혜택도 제공합니다.

다음 달에는 신세계그룹 ‘유니버스 클럽’ 특가가 찾아옵니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 옥션, 이마트, SSG닷컴, 스타벅스 등 계열사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신규 가입자에게 연회비를 5월 한 달간 3만 원에서 4900원으로 낮추기로 했는데요. 멤버십 1년 무료 연장 혜택도 제공합니다.

컬리는 18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구독형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에 처음 가입하는 고객에게 3개월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합니다. 해당 기간 컬리멤버스 기존 고객과 재가입 고객에게는 3개월간 적립금 2000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페이백 적립금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쿠팡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의식한 듯, 와우 회원 대상 특가 행사를 연일 내놓고 있습니다. 다음 달 7일까지 ‘가정의 달 식품 프로모션’ 행사를 통해 매주 200여 종의 상품을 최대 78% 할인 판매하는데요. 3주간 진행하는 행사는 매주 월요일 오전 7시마다 새로운 행사 상품을 선보입니다.

쿠팡은 이번 가격 인상을 발표함과 동시에 와우 회원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강조했습니다. 로켓배송과 무료 반품,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서비스 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하는 등 회원당 연평균 87만 원 상당의 비용 절약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죠.

이 같은 혜택과 더불어 앞선 2021년 월 회비 인상 당시에도 가입자 이탈이 크지 않았다는 점, 지난해에는 되레 가입자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가격 인상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카카오톡 먹통 사건이 있었을 당시에도 ‘카카오톡 이탈’을 점친 이들이 다수였지만, 카카오톡 MAU 지표는 되레 증가했습니다. 카카오가 발표한 2022년 4분기 카카오톡의 MAU는 4777만9000명이었는데, 직전 분기(4763만7000명)보다 14만2000명 늘어난 수치였죠. 먹통 당시에는 다른 메신저 앱을 사용했더라도 사태가 정상화하면서 상당수가 다시 복귀한 겁니다.

그러나 소비자 마음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최근 쿠팡뿐 아니라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같은 다른 구독 서비스들도 가격을 잇달아 올리면서 ‘구독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온 실정입니다. 이들 기업은 새로운 결합 서비스를 출시하고 혜택을 강조하는 등 충성고객을 붙잡을 발판을 마련하고 있지만, 소비자 부담은 나날이 커지는 게 현실이죠. 다수의 유료 구독 서비스가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상황, 쿠팡의 가격 인상 후 소비자들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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