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값이 16일(현지시간) 사상 신고가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특히 이날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지연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음에도 금 가격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세를 이어간 것이다. 투자자들이 미국 금리보다 인플레이션과 중동불안에 무게를 더욱 기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국제금 선물가격은 1.04% 상승한 온스당 2407.80달러에 장을 마감,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2400달러를 넘어섰다.
연초 2000달러대에서 횡보하던 국제금값이 지난 3월 2200달러대까지 급등하더니 이달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금값 시세는 올 들어 16% 가량 급등한 상황이다.
특히 이날엔 파월 의장이 미국 금리인하 전망에 찬물을 끼얹음에도 금값이 상승해 주목을 받는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최근 지표는 확실히 우리에게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오히려 이런 확신을 얻는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또 “가격 압박이 지속되면 연준은 금리를 필요한 만큼 길게 유지시킬 수 있다”며 “강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의 진척을 감안하면 제한적인 통화정책을 추가로 허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연방상원 청문회에서 “더 큰 확신을 갖기까지 멀지 않았다”고 말해 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감을 고조시킨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 1월부터 3개월 연속 시장 전망치를 웃돌자 금리가 현 5.25~5.50% 수준에 더 길게 유지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미 국채수익률은 급등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이날 장중 5.01%까지 치솟으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4.66%에 달해 약 5개월 만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통상 금값에 악재로 작용한다. 금은 금리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무이자 자산인 금은 보유하고 있어도 얻는 게 없기 때문에 고금리 환경이거나 금리 인상기에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금값은 달러화와도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기도 한다.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구입 비용이 증가해 수요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6.06을 기록, 5개월만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금값 시세가 상승세를 이어간 배경엔 투자자들이 금리 전망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 중동불안, 경기 위축 등에 무게를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표 안전자산인 금은 정세 불안, 경기 불확실성 등이 고조되면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기도 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전날 투자노트를 통해 “최근 금값 상승세는 지정학적 갈등에 힘입었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은 지난 13일 밤 170기의 드론과 순항미사일 30기, 탄도미사일 120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습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당장 군사적 행동에 나서기보다 시간을 끌면서 이란에 불안감을 주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이스라엘 전시내각 회의가 끝난 뒤 이스라엘 당국자가 \’계획은 (이스라엘) 대응이 무엇인지 이란이 계속 추측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마켓워치는 또 미국의 3월 신규주택 착공 건수가 급감한 것도 이날 금값 상승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3월 신규주책 건설착공 건수는 연율 102만2000건으로 집계, 전월대비 12.4% 급감했다. 이는 2월의 152만건은 물론, 예상치인 148만건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국제금값이 앞으로 더 크게 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아카시 도시 북미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향후 6~18개월에 걸쳐 금값이 3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값 지지선 또한 1000달러대에서 2000달러대로 상향 조정했다.
또다른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최근 금값 시세와 관련해 “흔들리지 않는 강세장“이라며 올 연말 금 가격 전망치를 기존 2300달러에서 27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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