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치킨업계의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부동의 1위 교촌치킨이 bhc에 이어 BBQ에도 따라잡히며 3위로 내려앉았다. 뿌링클을 앞세운 bhc가 매년 신제품을 쏟아내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1위를 차지하더니 지난해엔 ‘왕년의 1위’ 제너시스BBQ까지 교촌에프앤비를 추월했다.
신제품보다는 기존 인기 제품에 주력한 마케팅, 보수적인 출점 전략 등 수익성에 집중한 전략이 외형 성장을 더디게 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잇단 가격 인상 논란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소비자들에게 ‘비싼 치킨’으로 인식된 것이 부진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만 ‘수익성’
지난해 교촌에프앤비는 매출 4450억원, 영업이익 2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81% 증가했다. 지난해 경영 중점을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 보전에 뒀다는 의미다. 실제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실적에 대해 ‘회복세’라고 자평했다. 1%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률을 5%대로 회복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의 성적은 정반대다. 영업이익보다는 매출 확대에 집중했다. bhc는 지난해 매출 535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5%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한 건 bhc가 유일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18억원에서 1203억원으로 15% 감소했다.
제너시스BBQ는 매출이 2022년 4226억원에서 4765억원으로 12.8% 증가했다. 덕분에 4450억원에 머무른 교촌을 제치고 업계 2위 자리를 탈환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59억원에서 653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1, 2위 업체가 모두 매출은 늘었고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건 그만큼 출혈 경쟁에 나섰다는 의미다. 눈 앞의 수익성보다는 외형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교촌에프앤비가 가격 인상에 나섰음에도 경쟁사들은 동참하지 않았다. bhc는 연말이 돼서야 가격을 올렸고 BBQ는 동결을 유지했다.
‘점주 퍼스트’에 발목?
교촌에프앤비의 ‘점주 최우선 정책’은 유명하다. 교촌이 10년 가까이 업계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도 ‘점주 퍼스트’ 정책의 효과가 컸다. 본사보다 점주의 수익성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 기조는 업계 최저인 0%대 폐점률과 압도적인 매장 당 매출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점주 우선 정책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기존 점주의 수익을 우선시하다 보니 경쟁사에 비해 출점이 원활치 않다. 지난해 교촌은 매장을 10개 늘리는 데 그쳤다. 국내외에 연 100개 이상의 매장을 열고 있는 경쟁사들에 비해 신규 매장 확보가 더디다.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선 가격 인상 역시 점주들의 수익 보전을 위한 것이라는 게 교촌에프앤비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교촌은 최근 몇 년간 치킨업계의 가격 상승을 주도해 왔다. 배달비를 공식적으로 가장 먼저 도입한 곳도 교촌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교촌치킨=비싸다’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매출 하락의 또다른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교촌에프앤비는 이른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매출원가율도 82.7%에서 75.7%로 7%포인트나 낮췄다. 같은 기간 BBQ의 원가율은 62.3%에서 61.8%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bhc는 62.3%에서 64.7%로 2.4%포인트 높아졌다.
본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최근 교촌에프앤비는 치킨 사업보다 다른 외식 사업의 확장에 더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플래그십 스토어 ‘교촌필방’을 통해 프리미엄 닭요리 전문점을 열었다. 올해엔 메밀을 콘셉트로 한 한식주점 ‘메밀단편’을 여의도에 오픈했다. 두 매장 모두 프리미엄 콘셉트인 만큼 가맹사업보다는 직영 운영을 염두에 둔 브랜드다. 교촌에프앤비는 이밖에도 또다른 한식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마트와 손잡고 교촌치킨의 소스를 상품화한 ‘K1 핫소스’ 6종을 내놓으며 소스 시장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권원강 회장은 지난해 미래성장사업 키워드로 ‘GSEP(글로벌·소스·에코·플랫폼)’를 강조하는 등 소스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이를 통해 치킨 프랜차이즈를 넘어선 글로벌 종합 식품 외식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권 회장의 복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내에서도 입지가 약해지고 있는 교촌이 계속해서 신사업에 도전하는 게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업계 내 입지가 확고했던 만큼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는 게 납득이 됐다. 하지만 본업에서 경쟁사들에게 밀리고 있음에도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도 좋지만 본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결국 교촌필방이나 메밀단편 등 다른 외식사업 역시 본가인 교촌치킨이 잘 돼야 성과가 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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