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 시대가 시작했지만, 이전과 같은 과도한 공포심에 사로잡힐 우려는 크지 않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번 환율 약세는 과거와 달리 원화 나 홀로 약세가 아닌 비달러 통화 동반 약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하이투자증권은 “1400원 환율은 이전 트라우마 혹은 위기를 재소환시킬 수 있는 위험한 수준인데 결론적으로 현시점에서는 이전 1400원 환율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1394.50원에 마감했지만,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터치했다. 이는 전날보다 10.50원 오른 것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기록한 것은 이번과 함께 과거 1998년 국제금융위기(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강원도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사태를 포함해 단 4차례에 불과하다.
앞서 3차례의 사례를 보듯 환율 1400원 돌파는 사실상 국내 신용위기거나 글로벌 위기 국면이었다는 점에서 1400원이 주는 공포심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내의 경우 ‘IMF 위기=환율 급등’이라는 트라우마가 있어 주가 급락보다도 환율 급등에 대해 금융시장이나 정부 당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이번 환율 급등이 과거와 가장 큰 차이점은 신용리스크 혹은 자금경색 리스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우려는 있지만 신용위기가 크게 현실화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미국 신용스프레드는 하향 안정 추세로 이전 1400원 원·달러 환율 국면에서 미국 신용스프레드가 급격히 상승하던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전 1400원 환율이 신용위기가 동반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2022년 당시에도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따른 신용위기와 함께 국내적으로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발 신용리스크가 현실화했다.
이어 “경기사이클도 개선세다. 미국 경기는 예상보다도 더욱 견조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경기 역시 저점에서 탈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경기 역시 내수불안 등의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세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1400원 환율 당시 경기 사이클 위치와는 다른 위치에 있다”고 짚었다.
원화의 ‘나홀로 약세’도 아니다. 박 연구원은 “달러-엔 환율도 155엔 수준에 근접하고 있고 달러-위안 환율도 상승하는 등 사실상 비달러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달러-원 환율의 급등 현상을 과도한 위험으로 해석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셀 코리아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음도 외국인 역시 원화의 약세가 한국만의 고유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차원의 신용위험은 없지만, 미국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신용위기가 돌발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박 연구원은 “국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동산 리스크 등 신용관련 위험이 잠재해 있음을 고려할 때 이후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는 신용리스크에 달려 있다. 단기적 신용위험을 자극할 변수는 중동발 유가 급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차원에서 원화 약세를 경계해야 할 부문은 국내 경제의 취약성이다. 일본 엔 및 중국 위안화 약세에는 일정 부분 경기 부양 차원의 인위적 통화가치 약세 정책이 작용하고 있는 반면 원화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 확대에서 다소 소외되는 현상과 대내적으로 각종 구조적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음은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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