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또 다시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고용지표 역시 개선되면서 과열된 경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못해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채권을 저점매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실제로 개인 투자자는 연초 들어 국채와 회사채 등을 집중 매수하고 있습니다.
미국채 장기물도 역대 최고 수준인 4% 후반을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어 국내 자산운용업계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줄지어 출시하고 있습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이후 개인 투자자들은 14조원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 8000억원이 순매수된 것을 보면 채권 순매수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올해 가장 많이 사들인 채권은 국채로 4조4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연초 효과로 국채 발행량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어 회사채 3조3000억원, 기타금융채(여전채) 3조1000억원이 뒤를 이었습니다. 해당 영역 역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발행사들이 물량을 대거 늘리면서 투자자들이 몰렸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계기는 2022년도 하반기부터입니다. 당시 미국의 영향으로 국내 기준금리도 급격히 올랐습니다. 11월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채권 금리가 급등, 한전채 금리가 5%대까지 치솟자, 개인 투자자들은 적극 매수에 나섰습니다. 금리 급등과 쿠폰 수익률이 반대인 만큼 저렴한 값에 채권을 매수에 차익실현을 낼 수 있어서입니다.
채권 순매수 열풍은 채권 ETF도 한몫합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내세우며 채권 ETF를 줄줄이 출시했습니다. 회사채, 국채, 혼합, 장단기물 등 상품 종류도 다양합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채권 ETF는 총 139개입니다. 이중 지난해와 올 상반기 출시된 상품 개수는 무려 61개로 절반 가까이 됩니다. 최근 2년 동안 채권 ETF가 집중 출시됐다는 뜻입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채권 ETF 수익률이 장기간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순매수 규모 역시 2022년도를 기준으로 하면 5000억원, 연초로 넓히면 7000억원어까지 늘어납니다. 그 사이에 차익실현,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에 순매도한 투자자도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에는 CD금리가 더 인기입니다. 1위는 KODEX CD금리액티브로 총 7조6900억원이 매집됐습니다. 2위 역시 TIGER CD금리투자 상품으로 순자산총액은 1위와 비슷한 7조2564억원이 모였습니다.
이들 ETF는 국내 단기 채권인 CD 91일물 금리와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등을 추종합니다. 변동성이 클 때 잠시 자금을 보관해두는 용도로 쓰여 ‘파킹형’ ETF로도 불리는데요, 그만큼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일단 돈을 보관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또 다시 급등하면서 관련 ETF 인기 상승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2019년 상장한 KODEX Top5PlusTR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4000억원 중반이었지만 올해에는 1조2000억원을 넘겼습니다. 1년도 안돼 3배를 넘겼죠. 또 지난해 상장한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도 6000억원 초반에서 1조 5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한 금융투자 관계자는 “하반기 예상되는 미국발 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미국 장기채 상품을 대거 매수하고 있다”며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지연되고 있지만, 인하 가능성은 높다. 장기 금리 반등시 장기채 비중 확대 전략을 추천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전날 미국채 금리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로 경계심이 커지면서 상승마감했습니다. 미국채 10년물은 전일 대비 7.98bp 오른 4.60%, 2년물은 2.39bp 상승한 4.92%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채 상승 탓에 국고채 10년물도 전일 대비 5.7bp 오른 3.62%, 3년물도 2.9bp 상승한 3.47%를 기록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