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보다 1조 증가
9000억 손실 처리
지방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새로 발생한 연체가 지난해에만 2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하자, 이들에게 실행한 대출에서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올해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 등 5개 지방은행이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새롭게 불거진 연체액은 2조2429억원으로 전년 대비 98.1%(1조1106억원) 급증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광주은행이 1976억원으로 148.6% 늘어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 밖에도 ▲전북은행(1876억원·120.4%) ▲부산은행(6611억원·113.3%) ▲대구은행(8097억원·102.9%) ▲경남은행(3869억원·49.6%) 등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연체가 급증하는 배경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같은 해 2월 이후 10차례 연속 금리가 동결됐지만, 여전히 중소기업들이 감당하기엔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들의 확대된 금융비용 부담은 여전한 상태다.
실제 5개 지방은행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신규로 취급한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5.91~7.48%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3.79~6.05%)보다 크게 오른 수준이다.
경기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매출을 일으키지 못해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리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어 우려가 가중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어음부도율(금액 기준)은 0.23%로 전년(0.10%)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이는 지난 2001년(0.38%)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어음부도액도 5조34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4배 급증했다.
또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2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나 증가했다. 파산 신청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특히 지방은행들이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대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건전성 악화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 속 지방은행들은 손실을 감수하고 중소기업 대출채권을 장부에서 지워내며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실제 5개 지방은행이 지난해 손실 처리한 중소기업 대출채권 규모는 8555억원으로 전년보다 89.8%(4047억원) 증가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농산물 가격과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잡혀가던 물가가 반등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로 가는 경로보다 높아질 경우 하반기에도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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