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반등세를 보이면서 매매거래가 늘고 있지만, 역대 최대 수준인 매물 적체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길게 늘어선 매물을 적극적으로 잡아드는 매수자가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전세가 상승 흐름과 공급 부족 우려 등을 고려할 때 거래량은 점차 정상 수준을 회복하고 매물도 소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둘째 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3% 오르면서 3주 연속 상승했다. 오름폭도 전주보다 0.01%포인트 커졌다. 대부분 지역이 상승했다. 강남 3구 가운데 서초구와 송파구는 각각 0.06%, 0.05%, 강남구는 0.02% 올랐다. 강동구(0.02%)와 용산구(0.07%), 마포구(0.07%)도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4개월간의 내림세를 멈추고 방향을 바꾸면서 매매거래도 살아나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3월 아파트 매매거래는 3444건을 기록 중이다. 거래 신고기한이 아직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4000건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 8월 4091건을 기록한 뒤 줄곧 3000건을 밑돌았다. 올해 1월과 2월 거래량은 각각 2456건, 2655건이다.
매매거래량이 늘기는 했지만, 평년 수준인 5000~6000건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아직 거래절벽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매물은 계속 쌓이는 모양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2399건이다. 전월 말 8만2845건과 비교하면 450건가량 줄었지만, 관련 수치가 공개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작년 초 5만~6만 건 정도에서 9월 7만 건을 넘어섰고 11월 초 8만 건으로 고점을 경신한 뒤 연말 7만5000건 수준으로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7만7850건(월말 기준), 2월 7만9388건 등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적정 집값에 대한 매도자와 매수자 간 시각차가 매물 적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시장에서 급매물이 소화된 뒤 가격을 낮추지 않으려는 매도자와 아직 비싸다고 생각하는 매수자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집값이 완만하게라도 우상향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만들어지고 있어 매도자가 원하는 값을 받으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량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는 시점은 하반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실수요자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 월 5000~6000건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며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전세가는 오름세고 대출금리와 부동산 규제가 급격히 변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실수요자들이 의사결정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회복 시기를 4분기 정도로 예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돌고 거래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거래 정상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의견도 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아파트값 상승은 매수자-매도자 간 눈높이가 맞춰지고 있다는 의미고 그 배경에는 수요자의 공급 부족 우려와 집값 바닥 인식이 있다”며 “내 집 마련 기회를 엿보던 사람들의 마음을 급해져 매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거래회복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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