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달 GTX-A가 개통을 했지만 삼성역 개통 지연으로 완전 개통이 아닌 동탄~수서 구간 ‘반쪽짜리’ 개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에서 서울 출퇴근을 하는 이들에겐 오피스 수요가 거의 없는 수서역을 거쳐서 강남권을 출퇴근하기엔 불편하다. 반쪽짜리 개통 외에도 불편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삼성역 개통 지연으로 정부도 엄청난 국가적 손실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이 지연되면서 A노선의 완전 개통은 2028년에야 가능하다. 이마저도 계획일 뿐이라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삼성역 개통이 늦춰지면서 연간 최대 600억원의 손실보전금이 발생한다. GTX-A 실시협약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말 파주 운정부터 서울역 개통 시점부터 삼성역 개통까지 GTX-A 민간 운영사 SG레일 측에 연간 600억원씩 보전해야 한다. 삼성역 개통이 당초 계획보다 4년 가까이 지연됨에 따라 손실보전금은 2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역 개통이 더 늦어지면 이 금액은 눈덩이처럼 더 불어난다.
손실보전금을 두고 서울시와 국토부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삼성역 구간이 서울시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차원에서 맡아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통지연 책임이 있다고 보고 구상권 청구를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국토부도 공사 지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국토부가 삼성역에 KTX 정차를 추진하다 취소해 5개월가량 지연되었고, 또한 SG레일이 공사하는 운정부터 서울역 구간의 연신내역 공사 지연으로 인한 이용객 감소를 지적했다. 그래서 서울시가 완전 개통 지연의 책임을 온전히 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역 GTX 복합환승센터 건축 2공구는 2022년 말부터 다섯 차례 유찰이 반복됐다. 과거에 박원순 시장 시절 설계를 국제공모로 바꾸면서 2년 더 밀린 데 이어 공사비 상승 탓에 여태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받은 GTX-A 탑승객 수가 예상보다 크게 밑돌면서 다른 GTX 노선 실효성 논란도 불이 붙을 수 있다. 정부는 평일 1만5000명이 탈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 8000명에 불과하다.
개통 지연에 따른 정부 손실보전금 수천억원이 발생한 것에 이어 부진한 이용 실적에 민간사업자의 수익성 우려도 나온다. GTX-A 노선 사업자를 정하던 2018년으로 가보면, 당시 GTX-A 노선 사업자로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때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칸서스자산운용, 도화엔지니어링, 신우이엔지 등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이후 신한은행이 GTX-A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나서 사업 시행 법인인 SG레일을 세웠고 SG레일은 운영사로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를 선정했다.
GTX-A로 벌어들인 수익이 SG레일한테 오면 SG레일이 신한은행 등 출자자에 배분하는 구조다. 근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용객이 저조하면 수익도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회사들에 돌아갈 돈이 적어진다. 신한은행 컨소시엄은 사업 초기 2조 2000억원의 민간 자금을 모아서 GTX-A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조 2000억원은 신한은행을 포함한 신한금융그룹 계열사가 조달했다. 자금을 조달하면서 약정했던 수익률이 보장되지 못할 경우 신한금융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GTX-B·C노선은 A노선과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추진했지만 사업성 검토와 사업자 선정 등이 늦어지면서 지연되고 있다. 착공식만 했지, 첫 삽도 못 펐다. B노선은 2030년, C노선은 2028년 개통이 목표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구간에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한 데다 지방자치단체의 노선 연장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 지연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D·E·F노선은 선로부터 시작해 전부 새로 지어야 하고, 겹치는 구간이 있어 중복 투자 우려도 크다. E·F노선은 정부 지원이 거의 없고 대부분 ‘베드타운’을 잇는 노선이기 때문에 사업성이 낮아 관심도 저조하다.
교통 전문가들은 재원이나 사업성 등 현실적인 문제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포퓰리즘’ 철도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선거가 끝나면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재원 조달 방법과 현실성도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요 예측과 사업성을 면밀히 따져보지 않을 경우 텅텅 빈 지하철을 양산할 수 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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