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이하 현지시간) 하루 동안 미국 텍사스의 희비가 교차했다. 텍사스 삼성 반도체 공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지원 소식이 나온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텍사스에 본사를 둔 테슬라의 대규모 해고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15일 성명을 내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삼성전자에 반도체 보조금 64억달러(약 8조9000억원) 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텔, TSMC 뒤를 잇는 3번째 규모로 텍사스 공장 2곳과 연구·개발(R&D) 센터 및 패키징 공장 건설 및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기존 공장 확충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보조금 지급에 맞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3배가량 늘리기로 했다.
이에 텍사스 지역 매체들은 일제히 삼성이 창출할 다수의 일자리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지역 일간지 텍사스 트리뷴은 “현재 계획된 제조·연구시설 클러스터는 최소 1만7000개의 건설 일자리와 4500개 이상의 생산직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지역방송사 KVUE의 앵커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삼성의 투자 규모에 관해 “와우”, “엄청 많다”(gigantic) 등의 감탄사를 쓰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성명을 통해 “삼성의 첨단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텍사스로 유치하기로 한 삼성과 상무부 간 예비 협약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며, 삼성이 총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한 가운데 2만15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같은 날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 및 공장 ‘기가팩토리’를 둔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로부터는 악재가 들려왔다. 테슬라는 이날 전기차 시장 침체 국면에서 비용 절감 목적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전 세계적으로 10%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이어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에 여러 공장을 확장하고 급속히 성장해 오면서 특정 영역들에서 역할과 직무가 중복됐다”며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감축 배경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력 감축에 대해 “내가 이보다 더 싫어하는 일은 없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3년간 인력을 늘려온 테슬라는 전체 직원 14만473명 가운데 1만4000여명 정도를 해고할 것으로 미국 언론은 내다봤다.
텍사스 오스틴에 끼칠 영향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오스틴 지역 내 자동차 제조업체는 이 지역에서만 2만2777명을 고용하고 있다. 텍사스 와코 지역을 중심으로 분석하는 레이 페리만 이코노미스트는 악시오스에 “이 정도 규모의 정리해고는 지역 성장 경로를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이 지역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인원 감축이 나쁜 소식만은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감축한 인원만큼 신규 일자리가 생길 거라는 낙관적인 분석도 나왔다. 레이 페리만은 “테슬라의 오스틴 인력 10%를 감축하면 2300개 직접 고용 일자리가 생긴다”며 “오스틴은 해고를 포함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매년 4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순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CFRA의 가렛 넬슨 분석가는 야후 파이낸스에 “(테슬라의) 해고는 리비안과 루시드 등의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도 취한 조치와 유사하다”며 “경기 침체 속에 테슬라가 비용 절감을 한다는 건 수익성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텍사스는 삼성과 테슬라 외에도 록히드마틴, 델, 애플, NXP세미컨덕터 등 미국 내 주요 기술 기업들의 공장이 대거 들어선 곳이다. 따라서 이날 전해진 미국 정부의 삼성 보조금 소식과 테슬라 감원 소식은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반도체업계의 호황과 수요 둔화에 따른 전기차업계의 부진이 교차하는 현재 미국 산업계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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