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은 껐다. 롯데건설은 롯데그룹의 지원으로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넘었다. 부채는 줄이고 현금성 자산은 확보하는 동시에 외형 성장에도 성공했다. 일단 ‘4월 위기설’에서 확 멀어진 모습이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대규모 차입금에 따른 이자 비용도 부담이다. 올해는 정비 사업 수주 실적도 ‘0’(제로)다. 유동성 조달이 어려워져 곳곳에 잔불이 남아 있는 건설업계의 난관을 잘 헤쳐나가는 게 올해 숙제다.
자금 수혈 완료…위기설 ‘쏙’
롯데건설의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6조8111억원으로 전년(5조9443억원)보다 14.6%(8668억원) 증가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사업장들이 착공, 준공, 분양 등이 순조롭게 진행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사업 비중이 늘었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국내 사업 비중은 81.8%로 전년(90.3%) 대비 약 8.5%포인트 줄고 그만큼 해외 사업 비중이 커졌다. 인도네시아에서 진행 중인 롯데케미칼 라인(LINE) 프로젝트의 기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외형은 키우는 한편 부채 규모는 줄이며 재무건전성도 높였다. 롯데건설의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 장기부채는 2022년 말 2조8933억원에서 2023년 말 1조8730억원으로 35.3%(1조203억원) 감소했다.
부채 총계는 2022년 말 6조9537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2157억원으로 10.61% 줄었다. 부채비율(자본 대비 부채)도 같은 기간 268%에서 238%로 30%포인트 작아졌다. 반면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8146억원으로 2022년 5979억원에서 무려 203.45%(1조2166억원) 증가했다.
롯데건설에 불거졌던 ‘유동성 위기’에서도 빠져나온 모습이다. 앞서 롯데건설은 지난 2022년 말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로 인한 유동성 문제를 겪어왔다. 단기금융시장 악화로 인해 어음 및 사채 연장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PF 우발채무는 시행사를 대신해 건설사가 지급 보증을 선 자금으로, 보통 만기가 1년 미만으로 짧고 금리가 높다. 업계에 이른바 ‘4월 위기설’이 불거지자 롯데건설을 향한 우려의 시각이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4월 위기설은 지난해 말 태영건설이 PF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건설사들이 줄줄이 도산할 거란 낭설이다.
그러나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 롯데건설은 지난 2월 금융사 및 롯데 그룹사와 함께 2조3000억원의 PF 펀드를 조성, 총 5조4000억원의 PF 우발채무 중 2조3000억원을 만기로부터 3년 연장했다.
수익성 개선 관건인데…’돈 나갈 일 많네’
당장 유동성 위기에선 벗어났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외부 자금을 수혈한 데 따른 이자 비용 부담이 늘고, 향후 신용등급 강등 우려 등 각종 변수가 있어서다. 관건인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595억원으로 전년(3608억원) 대비 28.08% 뒷걸음질쳤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6.1%에서 2023년 3.8%로 거의 반토막 났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원자잿값 상승, 인건비 상승 등이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세다. 2021년만 해도 영업이익은 4296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7.7%에 달했다. 당기순이익도 2022년 745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554억원으로 25.6% 감소했다.
특히 이자 비용이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되는 모양새다. 롯데건설의 이자 비용은 2021년 284억원, 2022년 827억원, 2023년 2030억원 등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전년 대비 145.6%나 증가했다. 이는 올해 롯데건설 영업이익(2595억원)의 약 80%에 달하는 규모다.
향후 추가 자금 조달 환경도 척박하다. 한국신용평가는 2022년 12월부터 롯데건설의 신용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정적 전망은 향후 재무상태 등을 감안해 신용 등급을 강등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커진다는 점에서 리스크다. 더군다나 지속적으로 내부 수혈을 해준 롯데그룹에도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이미 롯데건설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하향(AA+→AA)을 통보 받았다.
수익성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지만 올해 정비사업 수주 실적도 ‘0’(제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신중히 검토하고 있을 뿐 정비사업 수주에 꾸준히 나설 것”이라며 “올해 신반포12차 수주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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