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 지역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한국 주식시장도 이번 사태의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양국 충돌이 극단적인 분위기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투자 심리 위축과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후폭풍은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상황을 주시하면서 단기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 증권가 확전 가능성 낮게 보지만
15일 오후 12시 50분 현재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90%(24.10포인트) 하락한 2657.72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1.38%(11.90포인트) 내린 848.57을 나타내고 있다. 중동 지역의 긴장감 고조가 시장 참여자들의 경계 심리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현지 시각으로 13일 오후 11시쯤 이스라엘을 향해 300기 이상의 탄도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발사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가 사망한 사건에 대한 보복 조치였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겨냥한 건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기점으로 양국이 적대 관계가 된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미사일 대부분을 격추해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위기감은 팽배한 상태다.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국 증시에도 긴장감이 흐른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확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번 공격은 이란의 확실한 보복 예고와 미국의 공습 가능성 경고 등으로 예상 가능했던 결과”라고 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이란 입장에서 자국 영사관이 공격당한 건 영토를 공격당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보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명분상 보복에 나섰을 뿐 확전 의지는 없을 것이란 말이다. 황 연구원은 “일각에선 이스라엘이 대응할 수 있도록 이란 본토에서 이스라엘 본토를 노리는 공중 공격을 단행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고 했다.
◇ 예단 힘든 지정학 이슈… “단기적 대응 필요”
하지만 시장의 경계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정학적 리스크는 예단하기 어렵고, 이스라엘의 대응 가능성도 계속 언급되고 있어서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것부터가 미국에 알리지 않은 독자 행동이었음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이 여기서 끝날 것인지를 확인하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정학 위기감이 고조된 분위기가 지속하는 여건은 달러 강세를 자극하고 고유가를 부추길 수 있다. 주식 투자자로선 달갑지 않은 환경이 조성된다는 의미다.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란 조언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란과 이스라엘이 충돌을 이쯤에서 멈춘다면 단기 조정 이후 반등이 예상된다고 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수요가 많은 필수 소비재와 유틸리티, 조정 이후에는 저평가된 정보기술(IT)과 커뮤니케이션 기업 중심으로 재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연구원은 “대대적인 충돌이 계속될 때는 안정적인 기업보다는 필수 소비재, 방산, 에너지 등 지정학 리스크 확산 시 수요가 늘어날 기업 중심의 대응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에 따른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향 수출주에 추가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자동차, 기계 업종 등을 긍정적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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