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CJ제일제당과 CJ ENM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진행한 ‘대학생이 꼽은 일 하고 싶은 기업’ 설문조사에서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CJ ENM은 ‘브랜드 파워 인덱스 TV 채널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며 대한통운은 데이터앤리서치의 조사에서 택배업계 관심도 1위를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CJ는 2023년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 13위에 올라 있지만, 브랜드 및 대중 선호도는 이를 상회하는 모습을 항상 보여왔다. 이 같은 대중 선호도는 생활과 밀접한 식품 및 외식 사업, 1300여 개의 점포를 구축한 H&B(헬스‧뷰티) 스토어, 대중문화 콘텐츠 및 플랫폼의 인기 등으로 밀도 있는 소비자 접점을 만들어온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CJ 역시 식품 기업으로만 그룹의 한계를 한정 짓지 않고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문화 ▲플랫폼 ▲건강 ▲지속가능성을 신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것도 이 같은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
기술혁신으로 지켜낸 물류 시장 1위
CJ그룹은 지주회사 CJ를 중심으로 순환출자 없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사업 부문 역시 식품, 물류‧유통, 엔터‧미디어, 바이오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식품 외 부문에서는 물류‧유통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실제 대한통운의 실적인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1조7679억원, 영업이익 480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매출과 영업이익은 그룹 전체 실적에서 각각 28%, 2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대한통운은 지난 2013년 CJ그룹에 편입된 이후 매출 3배, 영업이익 6배가 상승하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왔다. 대한통운의 국내 택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44%로 높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자체 배송망을 구축한 플랫폼들이 물류‧유통 강자로 부상하며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지만 대한통운은 로봇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물류산업 혁신으로 일찌감치 다음 시대를 대비해왔다.
글로벌 공급망 역시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실제 대한통운의 글로벌 거점은 10년 전 17개국 35개에서 35개국 112개로 늘었다. 대표적인 글로벌 공급망 지역인 미국의 매출은 같은 기간 987억원에서 1조2628억원으로 13배 급증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통합 이후 10년 동안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의 기반을 구축해왔다”라며 “창립 100주년인 2030년까지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의 도약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에서 오스카상까지
CJ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인 문화산업의 영향력은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으로 정점을 찍었다. 오스카상 수상 쾌거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산업 성장에서 CJ가 미친 영향은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1990년대부터 영화산업의 부흥을 이끈 멀티플렉스 CGV의 등장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CJ에 따르면 국내에 멀티플렉스 도입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다.
그는 지난 1995년 한국을 방문해 “한국 극장의 음향 시설, 영사 상태, 객석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레스토랑·쇼핑센터 등이 함께 있는 멀티플렉스 등으로의 변화도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1998년 4월 국내 첫 멀티플렉스 서울 구의동 ‘CGV강변11’의 개관과 함께 국내 영화산업은 한계를 넘어선 듯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2003년엔 영화 실미도가 처음으로 관객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직전인 2019년 국내 영화는 연간 관객 2억2668만명, 매출 1조914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CJ그룹 미디어 콘텐츠 사업의 중심에는 CJ ENM이 있다. CJ ENM은 지난 2018년 CJ오쇼핑과 CJ E&M이 합병하면서 새롭게 탄생했다. CJ ENM의 사업 부문은 미디어 플랫폼, 영화‧드라마, 음악, 커머스(CJ온스타일) 등 크게 4부문으로 나뉜다.
CJ ENM에서 미디어 콘텐츠 사업의 매출 비중은 70%에 가깝다. 자회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은 ‘더 글로리’, ‘소용없어 거짓말’, ‘더 빅 도어 프라이즈’ 등의 글로벌 흥행으로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22.9% 상승했다.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은 여행, 음식 등 추종 소비로 이어져 CJ가 꿈꾸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의 성장에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차세대 CJ의 두 축, 이선호‧이경후 경영리더
손경식, 이재현 시대를 지나 다음 세대의 CJ를 이끌어갈 후계자로는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이 지목된다. 재계에서는 이재현 회장과 누나 이미경 부회장이 각각 사업 부문을 나눠 CJ그룹을 이끌었던 것처럼 이선호 실장과 이경후 실장도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선호 실장은 1990년생으로 30대의 젊은 나이지만 벌써 CJ에 입사한 지 11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 졸업하고 2013년 상반기 그룹 공채를 통해 제일제당에 입사, 2017년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21년 1월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으로 복귀했으며 2022년부터 식품성장추진실 실장을 맡았다.
식품성장추진실은 그룹의 해외 식품 사업을 이끄는 곳으로 K-푸드 사업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식품성장추진실의 중요성은 최근 양성호, 정유진 경영리더 등 새로운 임원의 추가 부임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식품 부문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였던 강신호 제일제당 대표의 부임도 이 실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녀 이경후 실장 역시 CJ ENM에서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1985년생인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11년 지주사 CJ에 입사했다. 이후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CJ 미국지역본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CJ오쇼핑과 CJ E&M이 합병할 때 CJ ENM 브랜드전략실을 맡기 시작했다.
그는 올해 초 정기인사를 통해 음악콘텐츠사업본부 CCO를 겸직하게 됐으며 배우자 정종환씨는 CJ ENM의 콘텐츠·글로벌 사업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이경후 실장이 이미경 부회장의 뒤를 이어 CJ그룹의 미디어 콘텐츠 부문을 이끌 것이라는 재계 안팎의 예상은 차곡차곡 현실화 되는 모습이다.
이익 창출 회복, 재무 안정화 등 장기 과제
다만 두 남매가 맞이한 경영 현실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먼저 주력 계열사들의 부진이 눈에 띈다. 특히 그룹 내 최대 매출 기업 제일제당은 물가상승에 따른 내수 부진과 원가 부담 등으로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했다. 실제 대한통운을 제외한 제일제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5.4% 감소한 8195억원에 그쳤다.
물류 강자 대한통운 역시 쿠팡 등 자체 물류 배송망을 확보한 유통기업들의 거센 도전을 맞이하고 있으며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CJ ENM도 글로벌 기업들과의 콘텐츠 및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따른 기존 사업 이익 창출력 약화와 투자 확대로 인한 재무 안정성 우려는 CJ가 풀어야 할 중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한 기업분석 전문가는 “제일제당의 경우 해외 사업 확장에 따른 부담이 있었지만 가장 큰 규모로 진출했던 미주 지역의 시장 점유율이나 유통망이 자리를 잡고 있다”라며 “바이오 부문도 비주류 사업 매각이 진행되면 재무적으로 긍정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 CJ ENM 역시 할리우드 파업 이슈 해소, 일본 토호 투자유치 등 재무 안정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직 그룹 전체가 추세적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2024년은 지난해 대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중장기적인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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