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 발표가 임박하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간 고대역폭 메모리(HBM) 주도권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HBM은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로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앞서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 5세대 ‘HBM3E’를 양산해 지난달부터 엔비디아에 대량 공급하며 시장 우위를 점한 상황.
다만 삼성전자가 15일(현지시간)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경우 향후 HBM 고객사 확보에 더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보조금 발표 임박…삼성 투자 규모에 ‘눈길’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공장 추가 투자 계획을 이날 (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지원법상 보조금 지원 계획을 밝힐 예정인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같은 날 현지 추가 시설 증설 계획을 알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170억달러(약23조4000억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업계는 미 반도체 보조금 지원이 확정될 경우 삼성전자가 투자 계획을 기존보다 2배 이상 늘린 총 440억달러(약 60조5000억원)로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기술 완성에 중요한 첨단 패키징 라인을 신축하는 등 반도체 패키징 시설, 연구개발(R&D)센터 등 총 4개 시설을 현지에 추가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미 정부가 삼성전자에 지급할 보조금 규모는 약 60억달러(8조2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미래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을 주도하기 위해 자국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보조금 지원과 각종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미국 기업 인텔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 역시 각각 85억달러와 66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은 가운데 삼성전자도 최소 60억달러 이상의 보조금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같은날 SK하이닉스에 대한 보조금 규모도 발표된다. SK하이닉스는 약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해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첨단후공정) 생산공장과 연구개발(R&D)시설을 설립한다. 이곳에서는 본사에서 전공정을 만진 HBM 웨이퍼를 가져와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핵심공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AI반도체 핵심 ‘HBM’ 두고 삼성-SK 경쟁 치열
차세대 AI 반도체로 불리는 HBM 주도권을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설 투자 외에 인재 영입전도 적극적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HBM 품질관리, 테스트, 영업 등의 분야에서 활약할 전문가를 채용중이다. 특히 어드밴스드 패키징 분야에선 20여개 직무에서 사내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패키징이 AI 메모리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 등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이라는 점에서 이 분야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말부터 이달 말까지 지속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내부에서 인재를 발탁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HBM 업무에 즉각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외부 경력직을 모집하는게 차별점이다. 역시 패키징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패키지&테스트(P&T) 조직의 수장이 된 최우진 부사장은 최근 SK하이닉스 뉴스룸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HBM 성능의 키 역할을 하는 실리콘 관통 전극(TSV), MR-MUF 등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라면서 “다양한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HMB 기술 주도권 선점…삼성도 맞대응
HBM은 반도체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제품이다. 칩과 칩 사이에는 필름을 끼워넣은 후 고열과 압력을 가해 만든다. 여기에서 한 단계 진화한 방식이 MR-MUF이다.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후 칩과 칩 사이 회로 보호를 위해 화학액체를 뿌린 뒤 한번에 굳히는 공정 과정이다.
과거 패키징이 반도체 칩을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외부 충격에서 보호하는 역할이었다면 HBM 에서는 발열량 감소, 수율(합격품 비율) 등 성능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패키징 면에서 기술 우위를 증명한 건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AI반도체의 발열 제어를 위해 MR-MUF로 불리는 패키징 공정을 최초 개발한 후 3세대 HBM인 HBM2E 양산부터 적용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기술 주도권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내 패키징 시설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확정지을 경우 엔비디아, AMD 등 미국의 주요 AI 반도체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제품을 장기간 적시에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에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도 높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12단 5세대 HBM인 HBM3E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업계 최대 용량인 36기가바이트(GB)로 24기가비트(Gb) D램 칩을 TSV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해 개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일부 고객사에게 샘플 제공을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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