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강국 부활을 위해 만들어진 기업 라피더스가 실리콘 밸리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미국 진출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매체들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이 첨단 반도체의 국산화를 위해 설립한 라피더스가 실리콘 밸리 산타클라라에 거점을 두고 본격적으로 주변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선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11일(현지시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공지능(AI)을 선도하는 기업이 자리 잡은 이 지역에서 함께 성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반도체 생산) 초기에는 실리콘 밸리 기업이 (수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지역은 미국 엔비디아와 인텔이 본사를 둔 곳이자 다양한 AI기업들이 사업 거점으로 여기는 곳이다. 실리콘밸리와 그 인근 지역에는 구글, 애플, 메타, 오픈 AI 등 주요 AI 기업 본사가 모여있는데, 요미우리신문은 라피더스가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AI에 사용될 반도체를 수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신문은 라피더스 미국 자회사 사장을 맡게 되는 것은 미국 IBM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헨리 리처드라고 보도했다. 라피더스는 그의 경험과 인맥을 살려 실리콘 밸리 지역의 AI 기업 등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라피더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인 도요타·소니·소프트뱅크·키오시아·NTT·NEC·덴소·미쓰비시UFJ은행 등 8곳이 2022년에 공동으로 설립한 업체다. 홋카이도 지토세에 공장을 건설 중인 라피더스는 IBM의 기술을 활용해 2025년 4월부터 최첨단 2나노미터 칩을 시험 생산하고, 2027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요미우리신문은 “라피더스의 반도체 수주 경쟁업체는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 미국 인텔 등 세계적 기업”이라고 짚으며 “AI 반도체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지명도가 낮은 라피더스가 시장을 파고드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명도나 실적면에서 대만 및 한국보다 경쟁력이 부족한 라피더스가 미국에서 어디까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지가 과제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 간 반도체 협력은 중국의 반도체 개발 억제를 원하는 미국과 반도체 산업의 ‘잃어버린 영광’을 찾기 위한 일본 간의 이해가 일치하면서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라피더스에 올해 최대 5900억엔(약 5조2600억원)의 추가 보조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제산업성이 라피더스에 약속한 보조금 3300억엔까지 합하면 무려 약 1조엔(약 8조90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한 조사업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AI 개발 등에 필요한 반도체 매출액이 2027년에는 올해보다 80% 증가해 1천200억 달러(약 16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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