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및 지정학적 리스크 등 각종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경기 침체 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미국 경제 전문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최근 WSJ가 전문가 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내년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 비율은 올해 1월 39%였던 것이 이달에는 29%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이 수치는 경기침체 확률이 28%로 나타난 2022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WSJ은 덧붙였다.
반면 성장률 전망치는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지난 조사에서 올해 첫 3분기 동안 미국 경제 성장률이 1% 미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분기 경제 성장률이 1.4%로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1년간 미국 경제가 최소 한 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한 비율도 지난 조사에서 33%에서 이번에 10%로 낮아졌다.
미국 경제는 지난 1년 반 동안의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성장했다. 그간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 제조업 중심으로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WSJ은 이런 정책 기조의 결과 이민 증가와 같은 일회성 요인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1%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번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 미국의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는데 이는 1월 예상치인 0.9%보다 크게 오른 수준이다. 경제분석기관 이콘포캐스터(EconForecaster)의 제임스 스미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우리는 정말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견조한 경제 상황 탓에 금리 인하 전망치는 줄었다. 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은 연말 금리를 4.67%(4.50~4.75%)로 예상하면서, 총 3번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거라 봤다. 지난 1월엔 4~5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성장률과 향상된 생산성이 고금리 상황에서도 유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은 문제는 ‘인플레이션’ 관리다. 응답자들은 견조한 경제 덕분에 물가상승률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인 2%로 낮추는 것이 한층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예의주시하는 근원 PCE 물가지수의 연말 전망치는 2.5%로 1월 예상치(2.3%)보다 높아졌다. 경기 침체가 없을 경우, 내년 말에는 2.1%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번 설문 조사는 4월 5~9일부터 진행된 것으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기 직전에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 3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한 가운데 6개월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WSJ는 분기별로 재계와 경제학계 전문가 6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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