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충돌에 글로벌 반도체업계 예의주시
인텔 생산거점 포함해 다수의 IT 기업 R&D·판매 거점 둬
갈등 장기화 시 반도체 공급망 차질 불가피…고환율 긍정적 효과도 거론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발발할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번 사태로 인한 국내 반도체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되나, 향후 상황이 급변하거나 장기화될 경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작년 부진에서 힘겹게 벗어난 메모리 제조사들은 이번 충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5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이란은 13일(현지시간) 밤부터 14일 새벽에 걸쳐 이스라엘에 탄도·순항미사일 수백기를 발사하고 무인기(드론) 공격도 가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이란이 “확전이나 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미국 역시 “이란을 겨냥한 어떠한 공세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해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다만 이스라엘이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고, 재보복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중동에 드리운 전운에 글로벌 반도체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텔은 이스라엘에 반도체 팹(생산 라인)을 두고 있고, 이곳에 대규모 신규 투자도 진행중이어서 중동전(戰)으로 확전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스라엘 남부 키르얏 갓에 위치한 인텔 팹28에서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엘더레이크),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랩터레이크) 등 첨단 CPU(중앙처리장치)를 생산한다.
팹28 인근에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웨이퍼 제조 공장(팹38)을 확장·건설중이다. 이를 위해 인텔은 지난해 말 250억 달러(약 32조5000억원)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중에도 흔들림 없는 반도체 투자를 약속한 것을 미루어 볼 때, 이번 이스라엘-이란 갈등에도 기존 계획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쟁 규모가 커지고 갈등이 격화된다면 공장을 세워야 한다. CPU 생산이 중단되면 국내 메모리업계도 고스란히 영향을 받는다.
인텔 첨단 CPU는 최신 D램에 속하는 DDR4, DDR5 등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CPU를 적게 생산하면 할수록 D램 공급 역시 줄어든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은 인텔이 71%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
인텔 뿐만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이스라엘에 슈퍼컴퓨터 ‘이스라엘-1’ 구축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현지 스타트업 800곳을 비롯해 수 만 명의 엔지니어들과 협력중이다. 퀄컴의 경우 이스라엘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 오토톡스(Autotalks Ltd) 인수를 결정했다.
해외 빅테크 뿐 아니라 국내 기업도 이스라엘에 R&D(연구개발) 및 투자 거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텔아비브 지역에 판매법인, R&D센터, 삼성리서치이스라엘 등을 운영중이다.
2019년 초에는 이스라엘의 카메라 기술 스타트업 코어포토닉스를 당시 5500만 달러(17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삼성전자 벤처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는 2016년 텔아비브에 사무실을 개소한 뒤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중이다.
LG전자도 텔아비브에 판매지점을 운영중이다. 2021년에 인수한 이스라엘 자동차 사이버 보안 분야 기업 사이벨럼(Cybellum)도 이곳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이 이스라엘로 넘어간 현재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은 크게 다섯 가지로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보복 형태는 소극적 보복(소수 드론 및 미사일을 이용한 이란 외곽 군사 시설타격)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진행되면서 오히려 반도체업종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고환율에 따른 환차익 효과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향 수출주에 추가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도체, 자동차, 기계업종을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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