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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숙의 토론을 시작하면서 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례 없는 저출생·고령화 기조를 고려해 여야가 함께 미래세대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의 개혁안을 21대 국회 임기 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국회 연금특위에 따르면 특위 산하 연금공론화위원회는 13·14일 전국 5곳의 한국방송공사(KBS)에서 500명의 시민 대표단이 참여한 숙의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서는 현행 보험료율(9%) 및 소득대체율(40%·2028년) 개편 방안과 관련해 △1안 연금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2안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12% 등 두 가지 안을 집중 논의했다. 토론회는 20일과 21일 두 차례 더 열리며 논의 결과는 대표단 설문조사와 함께 국회 연금특위에 보고된다. 특위는 이를 바탕으로 개혁안을 만들 예정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연금 재정 안정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안대로 개혁 시 2093년 기준 누적 적자액이 702조 4000억 원 가까이 늘어난다. 신승룡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 순간에도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번 총선에서 여야 모두 이렇다 할 연금 개혁 공약이 없었기 때문에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연금 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많다. 연금특위는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29일 전까지 개혁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지만 일정이 빠듯하다. 주호영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이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 개혁안을 입법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총선 결과 추진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소득대체율 인상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간 이견이 클 경우 특위 논의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야가 재정 안정에 우선순위를 둬야 미래 세대 설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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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민연금의 재정 전망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내놓은 ‘제5차 국민연금 재정 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1년 기금 규모가 축소되기 시작한다. 이후 2055년이 되면 기금이 고갈된다.
문제는 복지부의 5차 재정 계산 뒤 저출생 속도가 더 가팔라졌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5차 재정 계산 당시 가장 최신 자료(2021년)였던 ‘2020~2070년 장래인구 추계’를 활용했다. 해당 자료는 중위 가정 기준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로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해 2050년께 1.21로 장기 안정화하는 시나리오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논의에 쓰고 있는 자료 역시 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통계청이 새로 작성한 ‘2022~2072년 장래인구 추계’를 보면 합계출산율은 2025년 0.65까지 떨어진 뒤 반등해 2050년대에 1.08로 안정된다. 당장 지난해 4분기 출산율은 0.65명대까지 급락했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 0.6명대 진입이 확실시된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4분기 출산율은 벌써 0.6명대로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출산율 추락 속도는 통계청 추계보다 더 빠를 것”이라며 “이것만 고려해도 연금 고갈 시점은 1~2년 당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실제로 3~4년 안팎까지 고갈 시점이 빨라졌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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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을 하루 빨리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추가로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로 개혁해도 지금까지 누적된 재정 부족분이 609조 원이기 때문이다. KDI 추산에 따르면 연금 개혁이 5년 정도 늦춰질 경우 재정 부족분은 869조 원으로 260조 원가량 급증하게 된다. 야당이 소득대체율 인상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 경우 재정 안정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재정 안정화 연금 개혁을 했다면 감당해야 할 재정 부족분은 200조~300조 원대였을 것”이라며 “많은 전문가가 당시 연금 개혁이 추진되지 않을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연금 개혁 특위 산하 자문위원단은 △보험료 13%, 소득대체율 50%(소득 안정론) △보험료율 15%, 소득대체율 40%(재정 안정론) 두 안을 특위에 보고했지만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는 재정 안정론의 보험료율 인상 폭이 6%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후퇴했다. 시민 숙의토론회에 부쳐진 안건 중에는 노동계가 꾸준히 주장해온 ‘연기금의 공공시설 투자 허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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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정 안정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지난해 자문위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선호했던 방안은 보험료율 15%”라며 “1998년 보험료율이 9%까지 오른 후 26년째 그대로다. 연금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미래에 찾아올 문제는 국가 위기 수준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숙의 토론에 참석하기도 한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실 국민연금의 보장 수준에 맞춰 연금 수입을 확보하기 위한 ‘수지균형보험료’는 19.8%”라며 “그 정도까지 한 번에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최소한 재정이 안정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들의 불안감도 크다. 13일과 14일 연금특위 숙의 토론 과정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안 모두 기금이 고갈된다는 전망을 내놓는데 이후 부과식으로 전환되면 부담이 상당할 텐데 이 정도로 근본적인 개혁안이라 할 수 있나”라거나 “국민들의 불안이 상당한데 연금 개혁을 하면서 약속한 노후 소득을 법으로 보장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미래 세대의 걱정은 더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지난해 7월 20~30대 1152명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청년층은 연금 개혁 논의가 자신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응답자 가운데 73.3%가 국민연금 개혁에 청년 세대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잘 반영된다는 답변은 8%에 불과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연금 개혁은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한 것”이라며 “현 세대의 이익만 생각해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미래 세대는 나중에 연금을 내지 않겠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야당의 생각인 소득대체율 인상은 듣기는 좋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정치권은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연금을 5년마다 개혁하는 것을 의무화하자”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재정 안정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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