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동결한 데 이어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하반기에도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히면서 대출금리 하락 기대감이 꺾이고 있다. 고정금리 기준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3%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추가 하락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담대 금리는 연 3.09~5.832%로 집계됐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90~6.820%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했다. 10차례 연속 동결 결정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한국의 인하 시점도 늦어지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켤지 말지 고민 중인 단계”라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한은의 첫 금리 인하 시기를 기존 7월에서 8월, 늦게는 10월까지 미뤄잡고 있다. 통화정책에서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물가가 2월(3.1%)과 3월(3.1%)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하며 불안한 상황이 이어진 탓이다. 중동에서 이스라엘·이란 간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까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뛰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당분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면서 시장금리도 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12일 3.828%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4%대에서 3.8%대로 내려온 후 큰 변동이 없다.
변동금리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개월 연속 내렸지만 하락폭은 크지 않다. 지난달 공시된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62%로 전월 대비 0.04%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15일 발표되는 3월 코픽스 역시 변동폭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금리 인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데 미국·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후퇴할 경우 대출금리 추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미 연준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대출금리도 더 떨어지긴 힘들 것”이라며 “현재의 금리 수준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금 계획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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