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험 고조에 원/달러 환율 급등이 우려되고 있다. 환율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17개월 만에 1370원대를 넘어서는 등 1400원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이미 시작된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을 보복 공격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 오름세는 한동안 더 계속될 수 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2일 전주 대비 22.6원 상승한 1,375.4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주간 상승 폭 역시 지난 1월 19일(25.5원) 이후 가장 컸다.
최근 환율이 빠르게 오른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더디게 둔화하면서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이 1375원 선을 넘어선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냈던 2022년 하반기 정도다.
현재 환율이 과거 ‘위기 수준’인 셈이지만 예전만큼 시장 불안이 크지는 않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환율 수준에서도 시장 혼란이 덜한 이유에 대해 “최근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의 영향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해외 순자산이 늘어난 것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대외부채를 상환 부담 때문에 신용 리스크가 있었다지만 지금은 우리나라가 대외순자산국이기 때문에 환율 변화로 경제 위기가 오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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