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로 회복세를 보이던 수출과 생산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고환율까지 겹쳐 수출기업은 생산단가 급등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고용 지표가 한풀 꺾인 가운데 기업 실적 둔화로 일자리 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 현황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 기미가 완연했다. 2월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해 7개월 연속 늘었다. 특히 반도체 생산이 36% 급증하며 최근의 수출 호조세를 방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하는 등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해지면서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생산량 3위인 이란의 전쟁 돌입은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란과 우방들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원유 운송은 물론 우리나라 수출 물류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고환율 악재까지 겹쳤다. 원·달러 환율은 1370원대까지 치솟으며 2022년 하반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동 리스크 고조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와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수출기업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통상 고환율은 국내 기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에 도움이 된다고 보지만 최근의 글로벌 경기 둔화는 수요 부진에 따른 것이라 환율과 수출 간 상관 관계가 높지 않다. 오히려 수입 원자재 가격이 비싸져 간신히 플러스 기조를 유지 중인 무역흑자 폭을 줄일 수 있다.
기업 실적 악화로 고용 지표가 흔들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달 15세 이상 신규 취업자 수는 17만3000명 늘어 2021년 2월(47만3000명) 이후 37개월 만에 최저 증가 폭을 보였다. 그 와중에 제조업 분야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만9000명 늘었지만 수출 회복세가 주춤해지고 기업 실적이 악화하면 그 여파로 고용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월 기준 실질임금은 379만1000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1.1% 쪼그라들었다.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고용 불안이 확산할 경우 서민 가계를 중심으로 민생고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며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과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보호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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