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 코스피 지수는 하루 오르면 다음날은 흔들리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이 흐름은 지난주(4월 8~12일)에도 이어졌다. 마지막 거래일이던 금요일(12일)에는 주중 가장 큰 낙폭(0.93%)을 기록하며 약 3주 만에 2700포인트를 반납했다. 끈적한 물가 흐름으로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진 가운데 당분간은 개별 종목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8일 2714.21에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12일 2681.82에 장을 마쳤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해지면서 우리나라 증시 참여자들의 투자 심리도 위축했다. 그간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6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여전한 인플레이션 신호가 잇달아 포착되면서 6월 인하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미 노동부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했다고 밝혔다. CPI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주요 지표다. 3.5%는 시장 예상치(3.4%)를 웃도는 수치이자 작년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CPI는 앞서 1~2월에도 예상을 웃돈 바 있다. 여기에 미 고용지표도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째 견고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금리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JP모건과 노무라는 금리 인하 개시 시점을 6월에서 7월로 미뤘다. 노무라는 연간 금리 인하 횟수도 3회에서 2회로 줄였다. 고금리 장기화는 주식시장에 악재다. 금리가 높으면 사람들은 투자를 위해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행위에 부담을 느낀다. 또 고금리 환경에서는 주식 대신 은행 예적금을 찾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런데 CPI와 달리 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진정세를 보였다. CPI 공개 다음 날 발표된 3월 PPI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0.3%)보다 낮은 0.2%였다. CPI와 PPI의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자 시장 관심은 오는 26일 발표되는 개인소비지출(PCE)에 쏠리고 있다. PCE는 연준이 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에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물가 데이터다.
한편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는 일러야 8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원화의 상대적 약세를 고려할 때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낮추긴 힘들다. 한은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헤드라인 물가(일반적인 소비자물가)는 7월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한 후 8월부터 둔화할 것”이라며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빨라야 8월이고, 내년으로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주식시장 수급은 상승이 가장 명확해 보이는 분야로 쏠릴 전망이다. 특히 1분기 실적 공개에 따라 손바뀜이 대거 일어날 수 있다. 해외에선 15일 골드만삭스를 시작으로 16일 LVMH, 18일 넷플릭스 등의 실적이 발표된다. 지난해 미 증시를 주도했던 매그니피센트 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테슬라·메타)은 이달 넷째 주 이후 실적을 공개한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 실적 발표도 M7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다.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업종은 반도체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 증가하면서 업황 회복 기대감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의 핵심인 AI 반도체는 장기적 관점의 필수 포트폴리오가 될 전망”이라며 “21세기 증기기관 발명에 비유되는 AI는 향후 생산성 개선과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전(全) 산업 지형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도 “AI 구동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가 두드러질 것”이라며 “(지난해 이뤄진) 감산 효과도 본격화하면서 일반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라고 했다.
눈여겨볼 만한 또 하나의 업종은 자동차다. 반값 전기차를 공약한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승리로 원내 과반 의석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국내 전기차 보급률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하던 탄소 감축 드라이브를 재차 공약했다”며 “한국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 시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그린 수소 등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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