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애초 전망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물가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 동결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이후 10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 동결이다.
솟구치는 물가에 기준금리 동결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에는 최근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세는 올해 1월 2%대로 낮아졌으나 2월에 다시 3%대로 올라선 바 있다.
경기가 녹록지 않으니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한은 입장에서는 섣부르게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금통위 역시 이날 회의를 통해 물가 상승률이 종전에 전망한대로 둔화 추세를 이어가겠으나 아직은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대내외 불확실성도 큰 만큼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옅어진 상반기 인하 기대감…가능성은 열어둔 하반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사실상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올 초만 하더라도 지난해에 비해 대내외 여건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상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이날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 여섯명 중 다섯명은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3.50%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라고 말했다.
상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옅어진 이유 역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세계 각지에서 장기화하고 있는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물류비, 유가 등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같은 불확실성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국내 물가 추이가 한은이 애초 전망한대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다는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이창용 총재는 “물가 상승세가 2.3%수준으로 간다면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면서도 “2.3%보다 높으면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반기 금리인하에 대한 ‘신호’를 켤지 여부에 대해서는 5월과 6월 경제지표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중요하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5월 전망이 매우 중요하며 한두달 더 봐야 한다”라며 “(이 지표들을 보면)전체적인 세계 경제와 각국 중앙은행의 결정 등을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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