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만 3조6803억 상각
전년 동기 대비 136.4% 급증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기업대출 영업 확대 전략 지속
국내 주요 6개 은행들이 보유한 중소기업 대출에서 손실 처리한 채권 규모가 지난해에만 4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중소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해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자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부실이 계속 쌓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잠재 부실에 대한 은행들의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6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상각(손실) 규모는 3조680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6.4%(2조1236억원) 급증했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손실 처리해 건전성을 관리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상각 규모가 7756억원으로 322.7% 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은행(7503억원·246.8%) ▲농협은행(4999억원·125.7%) ▲신한은행(5836억원·107.1%) ▲국민은행(4575억원·106.8%) ▲기업은행(6135억원·41.9%) 등 순이었다.
이처럼 은행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중소기업 대출채권을 장부에서 지워낸 배경엔 장기화하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융비용이 크게 치솟았다.
실제 6개 은행이 신용 최상위 등급 기업에 내준 기업대출(1년) 금리를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지난 2월 말 기준 연 6.94%로 가장 높았고 ▲농협은행(6.73%) ▲하나은행(5.67%) ▲국민은행(5.53%) ▲신한은행(5.20%) ▲기업은행(4.91%) 등 대체로 5~6%대의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면서 원리금 상환 여력은 갈수록 저하되는 상태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1∼2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288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0.5%나 늘었다. 파산 신청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에서는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6개 은행에서 새로 발생한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15조400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1.3%(7조7450억원)나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2조6326억원으로 129.3% 늘어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국민은행(1조7565억원·122.3%) ▲농협은행(2조5928억원·97.0%) ▲우리은행(1조8472억원·96.3%) ▲기업은행(4조8873억원·91.5%) ▲신한은행(1조6840억원·86.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대출에서의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자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조하는 가운데 5대 은행도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기업대출을 성장 돌파구로 삼아 적극적인 영업 활동에 나서는 중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40조672억원으로 한 달 새 5조1655억원(0.8%)이나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금리 상승과 경기 부진에 대한 부담이 커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며 “부실 가능성이 큰 여신 위주의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