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미국 물가·고용 지표에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밀리는 모습이다. 오는 9월에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등장했다.
미국 동향을 살피며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조율해 온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고금리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미국에 앞서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3.50%로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해 1월 이후 10회 연속 동결 기조다.
예상됐던 일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3%대를 찍으며 고물가 여파가 지속된 데다 미국 역시 경기 흐름이 견조해 연준도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앞으로다. 연준이 6월부터는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었으나 10일(현지시간)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망치를 크게 웃돌며 금리 인하 시점이 더 순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3월 CPI 상승률은 3.5%로 지난해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3.1%)과 2월(3.2%)에 이어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상승 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6월 금리 인하설은 사실상 폐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첫 금리 인하는 빨라야 9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도 곤혹스러워졌다. 미국에 후행하는 통화정책을 유지해 온 만큼 9월 인하설이 현실화하면 우리나라는 10월에나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탓이다.
다만 민간소비 위축과 내수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점증 등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후유증을 감안하면 미국만 바라보고 있을 때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내수 경기 상황을 보면 물가가 안정됐다는 전제 하에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 2월 금통위 직후 “미국과 우리 금리 정책이 기계적으로 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선제적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외자 유출이 확대될 위험은 고려해야 한다. 김 교수는 “외자 유출은 한·미 간 금리 차 때문에도 발생하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 회피 차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환율이 올라 금리를 내릴 여건이 아니라면 통화량을 늘려 내수 경기를 살리고 금융 리스크를 완화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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