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가 부동산 호황기에 효자 노릇을 하던 ‘부동산담보대출’ 규모를 급속도로 줄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연체 가능성이 높아지자 새로운 대출을 하지 않는 등 후폭풍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11일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34조54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조4128억원(15.7%) 감소했다. 저축은행 전체 대출 규모가 같은 기간 9.6%(115조원→104조원)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컸다.
부동산담보대출 금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SBI저축은행이었다. 전년과 비교할 때 8691억원(21.4%)가량 대출이 줄었다. 이어 △페퍼저축은행 6294억원(28.6%) △애큐온저축은행 6422억원(25.7%) △한국투자저축은행 4956억원(14.1%) 등 순이었다.
저축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규 부동산담보대출을 늘리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담보대출 규모를 꾸준히 키워왔다. 2021년엔 2020년 대비 부동산담보대출 규모를 36.5% 늘리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기에 빌려주기도 쉽고 연체 우려도 작았다. 문제가 되면 담보 부동산을 확보하면 되는 ‘쉬운 사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금리 급등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식었고 회복세는 요원하다. 담보가치가 하락했고 연체 위험도 치솟았다. 작년 말 기준 저축은행업계 연체율은 6.55%로 전년 대비 3.14%포인트 급등했다.
부동산 PF 위기 확산으로 인한 충당금 등 대손비용 또한 늘었다. 올 초 금융당국은 PF와 토지담보대출 등에 대한 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충당금 확보 여파로 지난해 저축은행업계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됐다.
연체로 인한 담보물 확보도 곤란하다. 저축은행이 담보권 실행 등으로 취득한 부동산은 비업무용부동산(직접 업무와 관계없는 부동산)으로 분류한다. 원칙적으로 저축은행은 비업무용부동산 취득이 불가능하지만 담보권 실행 등 예외적인 상황에선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비업무용부동산을 빠르게 팔 것을 권고한다. 자금 중개라는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 하라는 것으로, 금감원은 관련 행정지도를 이달 16일까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저축은행이 원하는 만큼 가격을 받기 힘들어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새로운 대출을 거의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부동산담보대출은 대부분 원리금 상환 방식이라 꾸준히 대출금이 들어오고 있고 PF사업장 또한 정리를 진행하며 대출 규모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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