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석 달 만에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이 25조원 가량 불어나면서 127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자 은행들의 ‘기업 모시기’ 영업 경쟁에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10조4000억원 증가한 127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동월 기준 지난 2020년 3월(18조7000억원)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이 4조1000억원 늘었다. 2021년 3월(7조4000억원) 이후 3년 만에 동월 기준 가장 큰 증가폭으로 잔액은 260조4000억원이다. 반면 대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는 5000억원 규모 순발행에 그쳤다. 지난 2월 올 상반기 대규모 만기 도래가 예정된 회사채를 선상환하기 위한 수요로 3조6000억원 증가했지만 지난달에는 계절적 요인으로 순발행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대기업보다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 은행대출은 6조2000억원 늘었으며 잔액은 101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렵다. 한동안 주춤했던 개인사업자 은행대출도 1조3000억원 뛰었다.
원지환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대기업 은행대출의 경우 분기 말 재무 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에도 일부 대기업의 시설 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폭이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소기업의 경우 은행권의 대출영업 강화와 지난 1일 법인세 납부 수요 등으로 증가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 증가와 달리 은행권 가계대출은 한달 전보다 1조6000억원 줄어 1098조60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1년 만의 감소 전환이다. 가계대출은 11개월 연속 불어나 지난 2월 3년 만에 1100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5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 2월(4조7000억원) 보다 크게 축소된 영향이다. 다만 주담대에 정책대출을 반영하면 대출 수요가 줄었다고 단정짓긴 힘들다. 지난달 주담대 중 일부는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이 자체재원으로 공급된 것으로 은행 가계대출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가계신용통계에 포함된다. 통상적으로 정책대출이 3조원가량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지난달 주담대는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밖에 신용대출 상환이 지속되고, 분기말 부실채권 매·상각이 이어지면서 기타대출 역시 전월에 이어 2조1000억원 감소했다. 원 차장은 “주담대의 경우 높아진 금리수준에 대한 부담, DSR규제 강화의 영향을 받았다”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국내외 통화정책 전환으로 재차 확대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은행수신은 36조원 증가했다.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와 4월 배당금 지급을 위한 기업자금 예치로 수시입출식 예금이 48조5000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정기예금은 은행의 자금조달 유인 약화, 정기예금 ABCP 대규모 만기도래로 13조3000억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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