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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받는 신사업’에서 모기업 발목 잡는 배터리 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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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서산 공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SK온 서산 공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 SK온, 포스코퓨처엠 등 전기차 배터리·소재 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하면서 모기업과 그룹사 전체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수조 원에 달하는 투자로 인해 부채비율은 크게 늘었지만 배터리 시장 판세가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기술 경쟁으로 전환돼 투자를 멈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모회사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철강 등 시황 악화까지 겹쳐 배터리·소재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한 여파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온은 지난해 581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 정부에서 지급받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세액공제액 6170억원을 반영한 것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제외하면 2년 연속 1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시장은 SK온이 올해 1분기에도 20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 BYD 등의 약진에 따라 SK온의 시장 점유율도 하락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1~2월 기준)은 지난해 6.2%에서 올해 4.5%로 하락했다. SK온의 올 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4.2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회사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이익을 내는 다른 사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신규 설비투자액 9조원을 책정했으며 이 중 7조5000억원을 SK온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전체 투자액 중 83%가 배터리 자회사에만 투자되는 셈이다.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내고 있는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를 비롯한 바이오·첨단 사업 투자는 사실상 뒷전이다.

또 사업 전환이 시급한 주력사업 석유화학 부문에 대한 투자도 소규모만 집행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SK이노베이션이 SK온 투자 지원을 위해 발생시킨 부채는 50조원을 넘어섰다.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달 SK온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전기차 배터리 매출 부진과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 등이 신용도 하락 원인이다.

모회사 신용도 하락은 자회사 회사채 발행과 투자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증하는 모회사에 대한 재정 평가가 하락하면서 이자율 상승, 기업가치 하락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온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그룹 내 알짜 자회사인 SK엔무브와 합병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렇게 되면 SK엔무브의 기업가치 하락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선방했던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1분기부터 재정 악화 기로에 들어섰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2% 감소한 1573억원을 기록했다. IRA 세액공제를 제외한 실적은 316억원 영업적자다.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에서만 1440억원 적자를 기록한 모회사 LG화학으로서는 올해 들어 급격히 악화한 LG에너지솔루션 실적이 부담되는 상황이다. 특히 여수산단 내 일부 석유화학 공정을 가동 중단하거나 매각하는 것을 검토하는 동시에 올해만 1조원대 석유화학 연구개발(R&D) 비용을 책정한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재정 악화가 장기화하면 재무구조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을 새로 선임한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퓨처엠의 실적 부진이 그룹 전체로 확산할 위기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배터리 소재 투자는 지속해야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철강 부문 실적이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전년 대비 78.37% 감소한 359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이마저도 해외 양극재, 음극재 및 배터리 소재 법인에서는 약 309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포항제철소 관계자는 “그동안 제철소가 벌어들인 돈을 배터리 소재에 투입하면서 제철소 현장의 자재비, 관리비 등은 큰 타격을 받았다”며 “올해 들어서는 포항제철 적자도 예상되는데 포스코퓨처엠의 배터리 사업이 큰 이익을 내지 못해 그룹 전체가 위기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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