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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태평양 지역 주식시장에서 연초 이후 가장 상승률이 높은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수 니케이225는 16%나 상승했다. 반면 중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CSI300, 한국 코스피 등의 지수는 힘겹게(?) 5% 상승에 그쳤다. 같은 지역에 속하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를 고려할 경우, 매우 이례적인 격차라고 할 수 있다. 격차가 크다고 하더라도 3개월 남짓 짧은 기간에 일시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라고 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문제라고 인식해야만 할 것 같다. 왜냐하면 현재의 흐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할 뿐만 아니라 그 추세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가운데 더욱 강화돼 왔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일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과거 세 국가의 주식시장 흐름이 차이가 났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큰 격차가 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일본 경제가 장기 저성장에서 탈피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반면, 중국은 부동산 침체, 한국은 수출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상을 숫자로 잘 설명할 수 있고 충분히 공감이 가는 답변이다. 그런데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빚어진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일본이 가장 크게 수혜를 받고 있고 앞으로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국가라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투자포인트가 아닐까. 공급망 재편에서 가장 주목받는 산업은 반도체인데 일본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과거와는 정반대로 현재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매우 우호적이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전격적인 지원과 AI 반도체의 90%이상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과의 협력관계가 공고하다.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공통된 이해관계 때문인데 일본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이다.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전략은 두 가지다. 해외기업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공장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일본 제1공장에 이어 제2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일본 정부의 지원금 덕분이다.
TSMC뿐만 아니라 인텔은 반도체 패키징 공장 투자를 할 계획이고 마이크론은 D램 생산 공장 투자를 발표했다. 특히 마이크론은 일본에서 최초로 EUV 장비를 도입해 생산 시설에 넣겠다고 밝혔는데 일본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이 시작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직접적인 양산에서는 밀려나 있었지만 일본의 반도체 생태계는 견고하다.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점유율은 56%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시장점유율도 전(前)공정 장비에서 29%, 후(後)공정 장비에서 44% 수준이라고 한다. 반도체 생태계가 충분히 갖춰진 상태에서 최종재까지 일본에서 양산된다고 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투자의 기회는 항상 새로운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때 글로벌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냉소적이었던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도한 주목을 받는 이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새로운 국면이 나타난 것이다. 2015년 이후부터 시작된 미국과 중국간의 경쟁이 일본의 부상을 허용했다. 다른 나라에 위험이 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본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2024년이 아니라 2030년 일본 주식시장을 상상할 때, 절대 빼먹지 말아야 할 투자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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