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가 올해 주주 환원 정책을 확대한다. 금융지주사들은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여파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한 주주 환원을 지속하기로 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에 발맞추고 ELS 자율 배상에 대한 주요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주주 환원 확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배당 성향과 총주주 환원율을 확대하기로 했다. 배당 성향은 배당금이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며, 총주주 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연간 벌어들인 돈의 얼만큼을 주주 이익으로 나누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KB금융의 지난해 주당 배당금은 3060원으로 배당 성향은 25.3%이며, 총주주 환원율은 37.5%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주주 환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했다.
KB국민은행은 홍콩H지수 ELS 배상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9000억원가량을 올해 1분기 충당부채로 인식해 영업외비용에 반영한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ELS 판매 금액은 4조7447억원으로, 현재까지 손실률은 50% 수준이다. 국민은행이 산정한 손실 배상률은 최대 40%로, 이를 적용해 추산한 결과다. 이는 고스란히 KB금융 실적에 반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조2268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1분기(1조4992억원) 대비 18.16%(2724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연간 실적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KB금융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4조9099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4조7793억원으로 같은 기간 6.7%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하나금융지주(3조7434억원), 우리금융지주(3조1105억원)가 각각 7.9%, 18.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하나·우리금융 역시 실적 선방에 힘입어 배당 등 주주 환원을 차질 없이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을 제외하면 주요 시중은행의 홍콩 ELS 배상에 따른 손실은 제한적이다. 은행별 ELS 예상 배상 규모는 신한은행 2600억원, 하나은행 2300억원가량이며, 우리은행은 100억원 이내다. 이는 지난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 캐시백(환급) 등 상생 금융에 투입된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각각 2939억원, 2041억원, 1700억원을 지난해 말 결산에 반영해 비용 처리했다.
또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손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는 돈) 적립 부담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 당국의 지시 하에 충당금 산식에 들어가는 여러 항목을 조정해 충당금을 크게 늘렸는데, 더는 조정할 수 있는 항목이 많지 않다”라며 “올해는 대부분 지난해만큼 대폭 충당금을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도 주요 금융지주의 주주 환원 확대를 점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ELS 배상금의 경우 경상 이익에 포함되지 않아 배당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4대 금융지주 모두 분기 배당금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추가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올해 1분기 주당 배당금은 KB금융 550원, 신한금융 540원, 하나금융 620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분기 배당금은 각각 510원, 525원, 600원이었다.
배당 확대는 ELS 배상에 따른 배임 이슈를 고려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주주들이 자율배상을 결정한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있는 만큼 주요 금융지주들은 주주 환원에 부족함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쓰는 분위기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 당국은 배상과 배임 이슈는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주주들의 입장은 다르다”라며 “ELS 배상 여파로 배당이 줄어들 경우 배임을 문제 삼을 수 있어 주주 환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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