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과 토지담보대출의 ‘담보 부풀리기’를 본격 점검하기로 한 것은 ‘부실 뇌관’을 미리 막기 위해서다. 최근 발생한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의 담보 부풀리기 대출에서 이 같은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부동산 시장 활황기 은행들이 과도한 대출 실적 경쟁을 벌이면서 비슷한 형태의 대출이 추가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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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부동산대출 중에서도 상업용 부동산과 토지담보대출을 우선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아파트 등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거래 내역 전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점검이 용이하지만 상가나 토지 대출의 경우 그렇지 않아서다. 게다가 상업용 부동산과 토지를 담보로 한 대출의 경우 은행별로 가치 평가 기준과 방식도 달라 통상적인 방식으로 점검하기도 쉽지 않았다. 금감원이 조사에 앞서 은행별로 사례 추출을 위한 자체 기준을 먼저 수립하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은행들의 과도한 담보 가치 부풀리기가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전후 부동산 시장 호황기 때 은행들이 대출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실제보다 담보 가치를 높게 잡아 무리하게 대출을 내줬다면 최근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는 상황에서는 담보 가치가 크게 하락해 기존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담보 가치를 부풀려 실제보다 대출을 더 내줬다면 현재는 담보 가치 하락에 따른 부실화를 피할 길이 없다”며 “담보 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상업용 부동산들 중에서도 시장 침체 직격탄을 맞은 상가·지식산업센터 등의 위험도가 더 높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한 지점 직원이 지식산업센터 상가 가치를 부풀려서 실제보다 대출을 더 내준 건이었다. 미분양인 상가에 대한 할인 분양 건임에도 은행이 최초 분양가를 기준으로 계산해 대출을 내줬다.
금감원은 △대출 규모가 크거나 많은 대출 건을 취급한 점포 △거래가액 등락이 심한 지역 내 점포 △현재 부동산 거래 가격이 과거 대비 현저히 하락한 지역 내 점포를 중심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완전 전수조사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각 은행들이 마련한 자체 기준을 토대로 해 담보 가치 부풀리기 위험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조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점검은 다음 달 말까지로, 인터넷전문은행과 국책은행을 제외한 전 은행이 점검 대상”이라며 “은행들이 자체 조사 결과를 제출하면 이를 다시 살펴본 뒤 검사 필요성이 있는 사례에 대해서는 검사 인력을 파견해 별도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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