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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속 신사업은 있으나 마나…어깨 무거운 현대ENG, IPO 갈 길 ‘험난’[비상장건설사 실적 돋보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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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현대엔지니어링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전경.

현대엔지니어링이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모기업인 현대건설과 맞손을 잡고 쌓아 올린 실적은 증가했으나 독립적인 수익 창출력은 저하한 탓이다.

때문에 ‘재수’에 도전하는 기업 공개(IPO)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축·주택부문에 치중된 포트폴리오와 매출 비중이 없다시피 해 존재감이 희미한 신사업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IPO가 해외 시장 진출 확대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안정적 경영 승계에 이바지 할 것이란 점에서 수익성 개선과 신사업 경쟁력 강화가 적극 요구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액은 13조633억 원으로, 전년 동기(8조8124억 원) 대비 4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64억 원에서 2551억 원으로 119% 급등했다.

반면 연결된 23개 회사를 제외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이 홀로 벌어들인 수익은 오히려 줄었다. 별도 기준 영업손실이 458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8조8877억 원으로 전년(7조5503억 원) 대비 몸집을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익을 내지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국내외 현장 원가율·외주비 상승으로 별도 손익이 감소했다”며 “해외 주요 사업 중 현지 법인을 통해 수행한 경우 연결 재무제표에만 반영되는 현장이 있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건축·주택 부문의 매출 비중이 큰 상황에서 적자가 발생한 만큼 업계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의 외형 성장을 견인한 것은 주택 사업이다. 지난해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플랜트·인프라 31% △건축·주택 61% △기타 8%로 분양 등의 주택 사업이 캐시카우(Cash cow, 수익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 증권사 연구원은 “전체 실적에서 주택·건축 매출 비중이 크면 당연히 영업이익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원가율 등 제반 사정으로 손실이 났다 해도 결국 홍현성 대표이사 이하 경영진이 수익성 방어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제공=현대엔지니어링 ‘한-투르크메니스탄 기업 간담회’에서 현대엔지니어링 홍현성(왼쪽) 대표이사, 도브란 후다이베르디예프 투르크메니스탄 산업기업인연맹 회장이 ‘투르크메니스탄 암모니아 요소비료 공장’ 사업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수익성 외 현금 흐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별도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289억 원으로 전년(8932억 원) 대비 18% 쪼그라들었다. 회사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순이익을 회사 내에 적립해 놓는 이익 잉여금도 감소했다. 반면 재고 자산은 1090억 원에서 1147억 원으로, 미청구공사 채권은 1조2407억 원에서 1조3770억 원으로 불어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주택 부문에서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달고 다수의 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분양 물량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올해 수주 가이던스에 따르면 분양 예정 물량은 작년(5978가구) 대비 91%가량 증가한 1만1400여 가구다. 주택 경기 악화에 따른 미분양 우려가 올해 건설사들의 실적 하방 압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마진 확보가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신사업의 부진한 실적도 이익 창출의 발목을 잡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추진하는 폐기물·전기차 충전 서비스(EVC) 등이 포함된 ‘기타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의 8%에 불과하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2022년 IPO(기업공개)를 추진했으나 자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주관사단과 산출한 공모가 상단 시가 총액은 6조 원에 이른다. 현대건설의 시가총액(4월8일 종가기준) 3조6413억 원, GS건설이 1조2786억 원, 대우건설이 1조5461억 원 인 것과 비교하면 펀더멘탈 대비 기업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자료제공=현대엔지니어링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계동 본사에서 열린 ‘현대엔지니어링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100년 기업 도약을 위한 미래 비전인 ‘NEXT HEC(Hyundai Engineering Co.,Ltd)’을 공개했다.

이는 현대건설과 뚜렷한 차별점을 갖추지 못한 사업 포트폴리오도 시장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우수한 플랜트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건설이 경기에 민감한 산업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몸값으로 연결되긴 어렵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 신사업의 매출 창출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대 주주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1.7%)·정몽구 명예회장(4.7%) 등 오너 일가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고, 이는 곧 경영권 승계와 직결돼서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오너 일가가 상장을 통해 지분을 매각할 경우 정 회장의 경영권 승계 구조를 완성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유가 증권 시장 상장에 성공하면 정 회장 승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높은 가격에 엑시트를 희망하는 오너 입장에선 밸류에이션 제고가 필수적”이라며 “신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뚜렷한 매출이 발생해야만 비교 그룹군에 준하는 시총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너지 효과도 적지 않지만 모기업인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를 쓰면서 동종 업계에서 경쟁하는 것 역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같은 브랜드를 쓰는 만큼 정비사업에서 맞대결을 하기도 힘들고,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 역시 애매해 질 수 밖에 없다. 현대건설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것 역시 원가를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그럼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은 모기업 현대건설의 실적 기여도가 상당하다. 연결 기준 지난해 현대건설 매출액은 29조6514억 원이었고 이 중 현대엔지니어링은 44%를 차지해 실적을 상당 부분 떠받치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이 조만간 현대건설을 뛰어넘어 ‘형만 한 아우 없다’는 공식이 깨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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