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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자율배상 시동…’은행-투자자’간 입장차 좁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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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와 관련해 은행과 투자자 간 자율배상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실제 자율배상이 이뤄진 가운데 이미 은행별로 자율배상과 관련한 별도의 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평균 40%대 배상 비율을 고민 중인 은행과 달리 투자자 중 상당수는 100% 배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자율배상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홍콩ELS의 배상기준안이 나온 이후 일부 시중은행이 홍콩ELS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제 배상을 집행한 가운데 다른 은행들 또한 자율배상에 필요한 실무위원회 조직 구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홍콩ELS 판매은행 중 최초로 투자자와의 협의를 통해 배상금을 지급한 하나은행. 사진은 하나은행 본점 / 사진=하나은행.
지난달 28일 홍콩ELS 판매은행 중 최초로 투자자와의 협의를 통해 배상금을 지급한 하나은행. 사진은 하나은행 본점 / 사진=하나은행.

불어가는 손실규모…실제 배상도 ‘속속 진행’

표면적으로 금융당국과 은행업계가 속도감 있는 홍콩ELS 자율배상을 시도하는 이유는 손실규모가 시간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홍콩ELS를 판매한 국내 은행 6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에서 지난 1월부터 이달 4일까지 만기가 도래한 잔액 규모는 3조8813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원금 손실액은 만기도래 잔액의 약 50.4% 수준인 1조9571억원이다.

문제는 향후 만기가 도래하는 판매액이 지금까지의 만기도래 잔액보다 3배 가까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들 은행 6곳에서 향후 만기도래가 예정돼있는 홍콩ELS규모는 약 10조1400여억원에 이른다.

KB국민은행이 상·하반기 합쳐 약 4조7000억원 가량 만기도래가 예정돼 있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약 1조7000억원 가량의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어 NH농협은행이 약 1조원, SC제일은행은 약 8000억원 수준의 만기도래한다.

현재까지 확정된 손실률(약 50%)이 향후에도 이어질 경우 예상 손실액은 5조원에 이른다. 물론 향후 만기가 예정된 물량의 경우, 상품이 판매된 시점의 홍콩H지수 흐름 등을 고려하면 실제 손실률은 현재 확정 손실률보다는 다소 낮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단 은행권에서는 피해자 구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자율배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달 하나은행이 개별 배상안에 동의한 일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배상금을 지급한 데 이어, 약 10여명의 투자자들에게 배상금 투자자들에게 배상금 지급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 모두 자체적으로 구성한 자율배상심의위원회를 통해 일부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률 등 배상안을 심의‧의결한 뒤 이를 투자자들에게 개별 통보했다. 이후 해당안을 기반으로 투자자들과 협의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자 배상금을 지급한 것이다.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자율배상’ 행보나선 은행권

금융당국도 본격적인 은행 제재 절차에 돌입하며 발빠른 자율배상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이번 주중 금융당국은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각 판매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민원조사와 현장검사를 통해 확인한 위법행위 등 검토 결과 등을 담은 ‘검사의견서’ 발송한다.

은행은 송부받은 검사의견서를 검토한 후, 이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당국에 재송부해야 한다. 당국은 늦어도 이달 중 관련 내용을 취합한 뒤 이를 종합해 5월 중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당국이 자율배상 여부를 제재 감경 사유에 포함하겠다고 밝힌 만큼 은행권에서도 자율배상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른 은행들도 이달 중 자율배상을 위한 투자자 간 협의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은행업계 내부에서는 향후 자율배상에 적잖은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과 투자자 간 기대하는 배상 비율에 차이가 분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자율배상에 동의하는 투자자는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실제로 통상적으로 자율배상의 경우, 은행별로 마련한 자율배상심의위원회에서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우선 사전 배상 비율을 산정한뒤 이를 투자자에게 통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투자자는 은행이 통보한 배상비율을 기반으로 은행과 협의를 진행, 자율배상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받아들일 경우 은행은 빠르면 일주일 내로 배상금을 투자자에게 입금하는데, 만약 자율배상안을 거부할 시 향후 분쟁조정위원회, 또는 법적 다툼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선 당연히 최소한의 배상 비율을 산정할 수밖에 없다. 수백억원에서 많게는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상규모가 실적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은 투자자 대상 자율배상과는 별개로, 향후 금융당국의 심의에 따라 적잖은 과징금도 납부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불완전판매 이슈의 경우, 판매액의 최대 50% 수준까지 과징금이 책정된다. 은행의 입장에선 수익성 측면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과징금까지 고려한 최선의 자율배상 비율을 찾아야 하는 셈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개별 투자자별로 배상비율이 상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일단 판매건 별로 상황을 검토 중”이라며 “투자자와의 협의에 우선 집중할 생각으로 당장 실적 등 내부 요소를 고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길성주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위원장이 국회 소통관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 해결 촉구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민영 기자
길성주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위원장이 국회 소통관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 해결 촉구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민영 기자

투자자 동의 여부가 관건 될 듯

무엇보다 이번 자율배상의 최대 관건은 투자자들의 동의 여부다. 여전히 주요 홍콩ELS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100% 배상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우세하다. 당장 은행뿐 아니라 금융당국에서도 100% 배상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연스레 투자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배상안 마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금융당국의 배상 가이드라인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구조라며 단체 소송 등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에서 언급한 투자자 개별 요인 중 △금융취약계층 △금융상품 이해능력 △예적금 가입목적 등 일부 요인은 평가 기준이 모호한 데다, 투자자 스스로 이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홍콩ELS 투자자는 “거대 은행을 대상으로 투자자 개인이 변론하라는 건 사실상 계란으로 바위 치는 모양새”라며 “일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단체소송을 거론하는 등 집단행동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주 중 금감원이 각 은행에 통보할 감사의견서에 담긴 예상 제재 수위가 자율배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상보다 금감원의 제재 수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의 경우, 추후 제재 감경을 위해 배상비율을 높여 자율배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100% 일괄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배상안을 마련, 협의를 통해 신속히 배상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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