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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서 복병 마주친 인플레이션…고금리 기간 연장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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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둔화되는가 싶던 인플레이션이 세계 곳곳에서 복병에 마주쳤다. 미국 경제 호황 및 중국 경제 회복 조짐과 함께,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 6월로 예상됐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3월 비농업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30만 3000명 증가해 로이터 예상치(20만명 증가)를 크게 뛰어넘었다. 노동통계국은 보건, 건설, 정부 분야에서 취업자 수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1, 2월 취업자 수는 총 2만 2000명이나 상향 조정됐다. 이에 3월 실업률은 전월 대비 0.1%포인트(P) 하락한 3.8%를 기록해, 26개월 연속 4% 아래를 유지했다.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농업 및 일부 직종을 제외한 미국 내 근로자 중 80%가량의 동향을 조사하고, 조사 대상 월 바로 다음 주에 발표되는 신속성을 가지고 있어 최근의 미국 경제 흐름을 파악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취업자 수가 늘어날수록 미국 경제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이 더욱 힘을 받게 되고, 이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강한 고용만으로는 금리 인하가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지만, 그럼에도 미국 경제가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계속해서 호황을 보이다 보니 인플레이션 상승 및 금리 인하 지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독일 은행 코메르츠방크는 “미국 고용 시장이 놀라운 힘을 보이면서 연준이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평했다.
 

원자재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미국 경제뿐만이 아니다. 중동 불안 등 세계 각지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유가도 상승하며 물가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주 이스라엘의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 폭격 및 그에 따른 이란의 보복 의지 천명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소 폭격 등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 상태이다.

이에 5일 브렌트유 6월물 선물은 전일 대비 1.5% 오른 90.65달러로 마감해 작년 10월 이후 6개월 만에 90달러선을 넘어섰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및 두바이산 원유 등도 모두 강세를 보였다.

유가뿐만 아니라 구리, 알루미늄 등 주요 산업용 금속들의 가격 상승도 인플레이션 불안 요인이다. 특히 최근 구리 가격은 중국 제조업 지표 호조에 힘입어 톤당 9000달러를 넘어 1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8을 기록해 6개월 만에 경기 확장/수축 분기선인 50선을 넘어섰고, 차이신 3월 제조업 PMI 역시 51.1로 13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외 ‘초코플레이션’라는 신조어를 낳은 아프리카 코코아 가격 상승을 비롯해 일부 농산물 가격 상승도 인플레이션 전망에 악재로 나타나고 있다. 이 와중에 19개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CRB지수는 2022년 6월 이후 근 2년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자산운용사 US뱅크 웰스매니지먼트의 롭 하워스 선임 투자 전략 책임자는 “세계 경제가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일부 원자재가 수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 결과 일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평했다.
 

고금리 기간 연장 가능성도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주변 환경이 인플레이션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 보니 시장에서 기대했던 연준의 올해 연내 3차례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주 10일 발표 예정인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경우, 현재 컨센서스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으로 전월치(3.2% 상승) 대비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파월 의장이 좌담회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행보가 변함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연내 3차례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실어줬지만, 물가가 계속 오를 경우 연준의 대응도 바뀔 수밖에 없다. 연준의 금리 전망을 추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1달 전 25.8%였던 것이 현재는 46.8%로 배 가까이 상승했다.

5일 발표된 미국 금융정보 제공업체 뱅크레이트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2025년까지 연준 목표치인 2%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 비율은 35%에 그쳤다. 또한 연준이 제시한 중립 금리(중도적 통화목표를 가정할 경우의 이론적 금리)가 2.6%이고 현재 연준 금리가 5.25~5.50%인 것을 감안할 때, 응답자 중 가장 많은 수는 2026년 말까지 연준 금리가 중립 금리보다 높은 긴축적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뱅크레이트의 마크 햄릭 선임 경제 연구원은 “실질적으로 금리는 더 오랜 기간 동안 더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며 “연준이 기준금리 하향 조정을 고려하기 시작하더라도 그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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