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당국이 신축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설치되는 빌트인 특판가구 입찰 가격을 담합한 현대리바트와 한샘 등 가구 제조·판매업체 31곳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931억원을 부과했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빌트인 특판가구는 싱크대와 붙박이장과 같이 신축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설치되는 가구로 비용은 분양원가에 포함된다. 국내 건설사들은 빌트인 특판가구를 구매할 때 통상 등록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지명경쟁입찰을 실시한 뒤 최저가 투찰 업체와 계약한다. 가구 업체들은 건설사별로 영업 담당자를 지정해 입찰에 참여한다.
그러던 중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위축돼 있던 건설경기가 2011년 이후 활성화되면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폭 늘었다. 기존 대형 가구업체 위주로 유지되던 특판가구 시장에 중소형 가구업체들이 참여하기 시작하자 기존 업체들 사이에서는 출혈 경쟁을 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대부분 건설사들은 가구업체의 입찰참가 실적과 투찰 가격 등을 토대로 입찰참가 자격을 유지하는 만큼 투찰 필요성이 있었다.
이에 리바트와 한샘, 에넥스 등 31개 가구업체는 2012~2022년 건설사 24곳이 발주한 738건 특판가구 구매입찰과 관련해 사전 모임이나 유선연락 등을 통해 낙찰예정자와 낙찰 순번, 입찰 가격 등을 합의했다. 이들이 담합한 입찰의 매출액은 1조9457억원으로 공정위는 대부분 낙찰예정자나 순번으로 정해진 업체들이 수주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구업체들은 주사위 굴리기나 제비뽑기, 선영업 업체 우대 등의 방식으로 낙찰 예정자를 결정했다. 합의된 낙찰 예정사는 이메일과 메신저 등을 통해 들러리사에 견적서를 전달하고 들러리사는 수령된 견적서와 동일하거나 상향 조정한 가격으로 투찰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행했다.
이와 함께 낙찰확률을 높이거나 입찰참가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낙찰예정자를 명시적으로 합의하지 않고 견적서 교환을 통해 입찰가격만 합의하기도 했다. 이때 견적서를 제공받은 업체는 견적서상의 금액 그대로 또는 그보다 높은 금액을 투찰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장기간에 걸쳐 전국적인 범위에서 이뤄진 고질적인 담합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대다수 국민의 주거공간인 아파트의 분양원가 상승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쳐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이와 관련해 지난해 4월 대검찰청의 고발요청에 따라 8개 가구업체와 전현직 임직원 12명을 고발해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초 수사망에 오른 가구 업체는 9곳으로 알려졌으나 담합을 자진 신고한 현대리바트는 형벌 감면(리니언시) 대상이 돼 고발 요청에서 빠졌다.
황원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가구업계의 고질적인 가격담합 관행이 근절돼 국민 주거생활과 밀접한 특판가구 시장에서의 경쟁이 회복되길 기대한다”면서 “민생과 밀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기업간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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