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안정 총력전에 나서며 식품업계가 밀가루·식용유 값을 잇달아 내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 채소 등 농산물을 비롯한 외식 물가는 여전히 오름세이기 때문이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4%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3.1%)보다 0.3%포인트 높다. 즉 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 가격이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높다는 의미다.
품목별 물가 상승률은 △비빔밥(5.7%) △떡볶이(5.3%) △김밥(5.3%) △냉면(5.2%) △구내식당 식사비(5.1%) △햄버거(5.0%) 순으로 높았다. 39개 품목 중 물가가 내린 품목은 없었다. 이처럼 외식 물가가 전체 물가 평균을 웃도는 현상은 지난 2021년 6월부터 34개월째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1.4%로 평균보다 1.7%포인트 낮았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식품업계도 제품 가격 인상 자제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품목별로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인 설탕·소금은 각각 19.7%, 18.4% 상승률을 보였다. 앞서 주요 제분 업계가 가격 인하를 발표한 밀가루의 물가 상승률은 1.0% 하락했지만 2년 전에는 18% 넘게 올라 피부로 와닿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농산물이 20.5% 오르면서 지난 2월(20.9%)에 이어 두 달 연속 20%대를 기록해 외식물가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가공식품 물가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 가격을 우선순위로 두는 가구가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가공식품소비자태도조사’에 따르면 가공식품 구입시 고려 기준으로 ‘가격’을 선택한 비율은 2019년 12.8%에서 2022년에는 24.2%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맛을 선택한 가구는 28.9%에서 25.4%로 줄어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안전성을 선택한 가구는 17.6%에서 13.5%로 줄었고 신선도는 10.5%에서 8.1%로 감소했다.
다만 정부는 차츰 농산물 물가가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부터 일조시간이 늘고 참외, 수박 등 대체 과일이 본격 출하되면서 농산물 공급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농축산물 긴급 가격안정자급 투입으로 물가 안정 효과도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18일부터 납품단가와 할인 지원 등에 투입한 긴급 가격안정 자금(1500억원)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체감물가는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제분 업계가 인하한 밀가루는 기업 간 거래(B2B)가 아니라 소비자용(B2C) 밀가루 가격을 내린 것”이라며 “B2B 밀가루 가격 조정이 이뤄져야 소비자 체감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밀가루를 구매하는 빈도는 사실 높지 않다. 오히려 소비자가 자주 사먹는 과일과 같은 품목 위주로 가격 인하가 이뤄져야 체감 물가가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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