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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지정학 리스크 재부각…반도체 지도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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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이번 주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시선은 대만에 쏠렸습니다. 대만에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를 비롯해 UMC와 파워칩, 이노룩스 등의 공장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그런데 지난 3일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반도체 생산에 대한 우려에 더해 시장의 관심은 업계 구도가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도 쏠렸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할 경우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관리 가능” vs “파급 효과 있을 수 있어”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대만을 강타한 지진의 여파로 대만 내 반도체 생산 시설 가동이 일부 중단됐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 역시 시설 조업을 일부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업계에서는 자동화 생산 재개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TSMC는 지난 4일 밤 이번 지진 피해와 관련한 성명을 내놨는데요. 지진 발생 후 10시간 이내에 웨이퍼 팹(제조시설)의 복구율이 70%를 넘었고, 웨이퍼18 등 새로 건설된 웨이퍼 팹의 복구율도 80%를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일부 공장에서 소수의 장비가 파손돼 생산에 영향을 미쳤지만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주요 설비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사고가 미칠 여파에 대한 다양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일단 대만에서는 반도체 수탁 생산이나 D램 생산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지진에 따른 긴급 가동 중단 과정에서 웨이퍼가 파손된 일부 사례가 있지만, 성숙단계 공장들의 설비 가동률이 50∼80%인 점은 손실이 빠르게 복구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트렌드포스 측은 이에 따른 영향이 단기적일 것으로 봤는데요. 특히 새로운 장비 구입 등에 따른 설비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의 경우 이번 지진이 TSMC에 미친 영향에 대해 ‘관리 가능하다’고 평가했고요. 제프리스파이낸셜그룹 애널리스트들 역시 피해에 대해 “제한적”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투자은행 바클리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잠시 동안의 조업 중단이라도 조업을 재개하려면 시간을 들여 작업해야 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수천만 달러의 비용과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삼성, 파운드리 대안 부각”…대만 의존도 낮추기 속도

국내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는데요.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낸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삼성전자가 향후 메모리와 파운드리 공급망 다변화의 유일한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대만의 경우 지진뿐만 아니라 냉랭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로 인한 지정학 리스크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는데요. 이번 진으로 이런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본 겁니다.

김 연구원은 “대만의 단일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과 가전을 통해 AI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는 20억개 하드웨어 생태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빅테크 업체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매력적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하는 분위기가 읽히기도 합니다.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세계 최첨단 칩의 80~90%가 대만에서 생산된다”며 “대만이 지진에 취약한 지역인만큼 이번 기회에 의존도를 크게 줄여야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출 등으로 대만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요. 최근 미국 정부가 인텔에 26조원가량의 파격적인 지원금을 주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앞으로 더욱 가속할 가능성도 점쳐 집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5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봄이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과연 이번 지진이 이런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립니다. ▶관련 기사: 삼성전자, 반도체 봄바람 불자 영업익 10배 ‘껑충'(4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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