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구 수성새마을금고에서 양문석(경기 안산갑) 더불어민주당 후보 딸과 유사한 ‘작업 대출’ 의혹 사례가 추가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지점에서만 최소 100억원 이상의 작업 대출, 불법 부동산 투기용 대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차주가 소득이 없어도 금융사에서 수억원의 돈을 빌릴 수 있는 이른바 ‘작업 대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대출 부적격자들에게 흘러간 돈만 조(兆) 단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고가주택을 대상으로 대출을 꽉 막았던 문재인 정부 시절, 불법 ‘작업 대출’이 성행하면서 득달같이 치솟은 집값을 잡지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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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후보 논란, 저축은행 불법 대출과 동일 수법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금감원은 양문석 후보 측이 대출을 용도 외에 사용한 불법 ‘작업대출’ 정황을 확인했다. 사업자대출로 받은 11억원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 매입 때 대부업체에 빌린 돈을 상환하는데 썼다.
양 후보의 11억 사업자대출 의혹은 2022년 금감원이 저축은행에서 대거 적발한 전형적인 불법 ‘작업 대출’과 동일한 수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1조2000억원 규모의 작업 대출이 적발된 저축은행에서도 사업자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위·변조해 주택 구입을 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5일 “수성새마을 금고 자산 규모가 불과 1200억원이고 여신 규모가 700억원 수준인데 그 중 200억원 넘는 정도의 사업자 대출을 저희가 봤다”며 “그 중 절반이 훨씬 넘는 금액이 작업 대출 내지는 불법 부동산 투기용 대출로 판단했다”고 했다. 양 후보 딸과 같이 실제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 사업자 대출로 돈을 빌린 뒤 주택 매입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사례가 적발된 것이다. 금감원은 대출 용도 외 사용을 확인하고, 비슷한 패턴의 개인사업자 대출 260억원에 대해 조사 중이다.
작업 대출은 대출 모집인(브로커)을 동원해 서류 위조나 변조를 통해 불가능한 대출을 받게 해주는 방식이다. 대출 자격이 없는 개인 차주의 대출액을 늘려주고 주택구입자금으로 우회해 이용할 수 있게 알선한다. 작업 대출은 불법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감시를 피해 자금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암암리에 성행했다.
■문 정부 주담대 막았는데 집값 오른 배경 ‘작업 대출’?
특히 고가주택 대출을 전면 규제한 문재인 정부 시절에 불법 작업 대출이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의 과열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에서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전면 규제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막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등 대출 규제 강화로 작업 대출과 같은 우회로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양 후보가 주택을 구입한 시기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고가주택을 구매하는 게 금지됐다. 그는 이 같은 대출 규제를 사업자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회피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2 금융권에서 사업자 대출 규모를 크게 확대하면서 공격적으로, 파격적으로 영업을 했던 게 사실이다”며 “대출 브로커를 낀 작업 대출이 부동산 시장 자금으로 흘러가면서 집값을 끌어올렸을 수 있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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