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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진료중단·야간진료 차질…“아픈데 봐줄 사람 없어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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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진료 축소 충북대병원 한산

▲충북 유일 상급병원인 충북대병원이 전공의 집단 이탈로 외래 진료를 줄이기로 한 첫날인 5일 병원 중앙로비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 간 만남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고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 해소 기미가 여전히 보이지 않으면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 공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충북대병원이 5일 외래 진료 축소에 들어갔고, 계명대 의과대학 동산병원은 이달 둘째 주부터 토요일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

일부 병원에선 이미 야간 진료 차질을 겪고 있다.

출구 안 보이는 의정 갈등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 간 만남에도 서로 간의 의견 차이만 확인한 채 의정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사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연합)

◇ 외래 진료 축소에 병원 로비 한산…“아픈데 봐줄 사람 없어 서럽다”

충북 지역 유일 상급병원인 충북대병원이 외래 진료를 줄이기로 한 첫날인 5일 평소 2천명이 넘는 환자가 수납하는 중앙 로비는 한산했다.

75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는 텅 비어 있었고 복도 구석에는 휠체어가 덩그러니 방치됐다.

그나마 있는 외래 환자는 병원 측이 미리 보낸 진료 축소 예고 문자를 확인하지 못한 경우였다.

안과 진료를 받으러 온 60대 이모 씨는 “헛걸음했다”며 “의료 개혁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아픈데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괜히 서럽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외래 진료는 평상시보다 75% 축소됐다”며 “다만 항암치료 등 중증질환자는 금요일 외래 진료와 치료가 가능하고 응급 및 중환자들을 위한 진료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충북대병원 전체 의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전공의 148명이 여전히 돌아오지 않아 이 병원 하루 평균 수술 건수는 평소보다 약 50%, 병상 가동률은 40%대로 뚝 떨어졌다.

병원 측은 이번 사태로 일일 수익이 3억여원 감소했고, 이달부터는 매월 90억여원의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며 긴축 재정에 들어갔다.

다른 대학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북대학교는 현재 성형외과의 응급실 야간진료가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비인후과는 이명이나 난청, 코피 현상 등은 전원이 불가하고 안과는 응급 질환도 전원 문의가 불가한 상황이다.

원광대 병원 역시 비뇨기과와 이비인후과, 안과, 소아청소년과 야간 진료가 원활하지 않아, 환자 이송 등을 담당하는 구급대원에게 반드시 병원으로 연락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계명대 의과대학 동산병원은 이달 둘째 주부터 토요 진료를 전면 중단하고 주 52시간 근무와 24시간 근무 후 휴식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건양대병원은 필수 응급 진료과목을 제외한 일부 진료과의 응급실 근무 시간을 축소 운영하고 있으며, \’24시간 당직 후 오프\’ 등 근무 재조정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남대병원도 최근 잔류 의료진 피로도가 급증해 초진율 등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교수들이 \’번아웃\'(탈진)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어 이미 사직서를 취합한 교수들이 \’52시간 준수\’ 방식으로 진료 축소에 나서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울산대병원은 전공의 약 90%가 출근하지 않으면서 외래 환자가 줄고 병상 가동률이 떨어져 지난달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 2개 병동을 통합하고 무급휴가 제도를 시행한다.

인천 지역 상급종합병원 3곳의 병상 가동률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 초기 70%였으나 지난 3일 기준으론 62.7%까지 떨어졌다.

충북대병원 외래 진료 축소

▲충북 유일 상급병원인 충북대병원이 전공의 집단 이탈로 외래 진료를 줄이기로 한 첫날인 5일. 병원 복도 한쪽에 휠체어가 방치돼 있다(사진=연합)

◇ “정들었던 학교·병원 떠난다”…총장들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

의대 정원 증원 논란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깊어지면서 의사·교수들 반발도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계명대 의과대학 동산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사직의 변\’이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정들었던 학교와 병원을 떠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가르치고 함께 일할 학생과 전공의가 떠난 빈자리 위에 교수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라며 “대통령과 정부의 강압에 의해 순식간에 망가진 한국 의료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지켜내 보고자 우리는 사직을 통해 절박한 마지막 외침을 전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소속 교수 100여 명으로부터 제출받은 사직서를 의대 학장에게 전달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대해 많은 교수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제출된 사직서가 수리되지는 않은 만큼 사의를 밝힌 교수 대부분이 여전히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며 이마를 짚고 있다(사진=연합)

이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충남대 의대를 찾아 총장, 의과대 학장, 병원장 등과 간담회를 연 자리에선 충남대 의대생과 전공의·교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항의하는 내용으로 피켓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학 총장들은 의대생들의 학업 복귀를 연이어 호소하고 있다.

성한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이날 “학업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는 글을 의대생들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지난 4일 오후 “의과대학 학사 업무가 정상화되도록 협조해달라. 증원되는 경우 후속 조치는 학교에서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글을 의과대학 홈페이지에 남겼다.

최외출 영남대 총장은 지난달 교수·전공의·학생들이 돌아와 병원·대학 정상화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내기도 했다.

에너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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