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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만났다고 “내부의 적”…갈등 부채질하는 의료계 강경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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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만났다고 '내부의 적'…갈등 부채질하는 의료계 강경파
박단(왼쪽)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2월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만났다고 '내부의 적'…갈등 부채질하는 의료계 강경파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29일 오전 서울 의협회관에서 연 당선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만났다고 '내부의 적'…갈등 부채질하는 의료계 강경파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서울대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총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에 나선 후 46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의료계 내부의 비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전공의들과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과의 만남을 전격 결정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환자들이 느끼는 불안과 고통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내부는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선 박 위원장에 대한 탄핵까지 거론하며 사분오열하는 모습이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 내부에서는 박 위원장 탄핵에 동의해달라는 성명서가 돌고 있다. 한 익명의 전공의가 작성한 성명에는 “병원 대표를 비롯해 사전에 공지받지 못한 1만여 명의 사직 전공의들은 대담이 진행되는 내내 사전에 의사 반영이 되지 않고 비대위에서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무력감, 불안에 휩싸였다”며 사직 전공의와 인턴들을 대표해 박 위원장의 탄핵안을 올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박 회장은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로 대통령과의 일대일 면담에 응했다”며 “자신을 제외한 비대위, 대전협 대표들을 참석하지 않도록 해 대화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면담 이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짧은 문구를 발표한 후 어떤 회의 내용도 대전협 병원 대표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비밀에 부치고 있다”며 “앞으로도 박 회장은 언제든 오늘과 같이 전국 사직 전공의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항을 사전에 회원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강행할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경론자로 꼽히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자도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부 내부의 적은 외부에 있는 거대한 적보다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문구를 올리며 사실상 박 위원장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했다.

대통령 만났다고 '내부의 적'…갈등 부채질하는 의료계 강경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오후 대전광역시 중구 충남대 보운캠퍼스에서 총장, 의과대학 학장, 병원장 등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강경파의 목소리만 득세하는 의료계의 폐쇄성이 실타래처럼 꼬인 의정(醫政) 갈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2일 전공의들을 향해 “윤 대통령이 초대한다면 조건 없이 만나보라”고 호소했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 조윤정 홍보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은 3일 사퇴했다. ‘조건 없는 만남’이라는 개인 의견을 공식 브리핑에서 밝혔다는 이유로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반발이 나오자 하루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에 앞서 전국의대교수 비대위는 지난달 22일 총회를 열고 방재승 비대위원장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안건에 부치기도 했다. 방 위원장이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조치를 풀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교수들이 사직을 철회할 수 있다”며 유화적인 발언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한 대학병원장 출신 원로 의사는 “의료계는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내면 서로 ‘상대 당 지지자’라고 손가락질하는 정치권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극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두드러지고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 외면을 받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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