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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에 5조원 투자하는 까닭

비즈워치 조회수  

/그래픽=비즈워치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차세대 AI(인공지능) 메모리까지 이어가기 위해 통 큰 투자를 결정했다. 보조금, 연구개발 등 여러 인프라가 풍부한 미국 시장에 첫발을 디딘다.

5.2조 들여 첫 미국 진출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고 4일 밝혔다.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하게 된다. SK하이닉스가 HBM 생산 기지를 해외에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AI 반도체용 패키징 생산시설이 건설되는 것도 반도체 업계 최초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공약을 실현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난 2022년 최 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면담에서 미국 내 220억 달러(약 29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중 첨단 패키징 등 반도체 시설 건설과 연구 협력 강화에 150억 달러(20조2000억원)를 쏟기로 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투자 규모는 최 회장이 공언한 투자 규모의 4분의 1 수준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반도체 업계 최초로 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시설을 미국에 건설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당사는 갈수록 고도화되는 고객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 맞춤형 메모리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리더십 이어간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미국 공장 설립을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HBM 시장에서의 선두를 유지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한편, 차세대 메모리 기술력 확보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며 HBM 시장의 선두 업체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3%에 달한다. 삼성전자(38%), 마이크론(9%)과의 격차도 큰 편이다.

SK하이닉스는 HBM의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확보한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며, 차세대 제품에서도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 대한 첨단 후공정 분야 투자를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은 AI 분야 빅테크 고객들이 집중돼 있을 뿐 아니라 첨단 후공정 분야 기술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인디애나주는 주 정부가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선 것은 물론, 지역 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제조 인프라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등 첨단 공학 연구로 유명한 퍼듀대학교가 있다는 점도 부지 선정 이유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SK하이닉스의 HBM3E 제품./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일반 메모리 생산 공장이 아닌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는 것도 미래 성장성 때문이다. 첨단 패키징 분야는 AI 시대 개막과 함께 HBM 등 초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은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전공정과 전선을 깔고 포장하는 후공정으로 나뉘는데, 패키징은 후공정의 마지막 단계다. 이전까지 패키징 공정은 단순히 회로 보호를 위해 포장하는 과정으로 인식됐다면, 요구되는 컴퓨팅 능력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중요도가 높아졌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능과 효율, 용량 등을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보조금 기대감↑

이번 투자에 따라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받을 보조금 규모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22년 자국 내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보조금 390억 달러(약 51조8500억원)와 연구개발 지원금 132억 달러(약 17조5500억원) 등 5년간 527억 달러(약 70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이중 280억 달러(약 37조 2200억원)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 기업에 지원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 결정에 따라 SK하이닉스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정부에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반도체 생산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은 인건비·시설 구축비용이 높기 때문에 원활한 준공을 위해서는 보조금 수령이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이번 투자는 절대적 투자 금액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측면에서도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원 규모를 책정하는 데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라며 “출범식에 주요 인사가 총출동한 것도 이를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지시각 3일 퍼듀대에서 열린 투자협약식에는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 토드 영 미 상원의원, 아라티 프라바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아룬 벤카타라만 미국 상무부 차관보 등 다수의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생산 기지 건설과 함께 인근에 위치한 퍼듀대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에 대한 협력 관계를 맺은 것도 보조금 규모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에 건설하는 생산기지와 R&D 시설을 통해 현지에서는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는 “SK하이닉스와의 새로운 파트너십이 장기적으로 인디애나주와 퍼듀대를 비롯한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드 영 상원의원은 “SK하이닉스는 곧 미국에서 유명 기업이 될 것”이라며 “미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인디애나는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고, SK하이닉스가 우리의 첨단기술 미래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비즈워치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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