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의 ‘판생 2막’ 어떻게 이어지나-중국 자이언트판다보호연구센터 전문가 쩡원 인터뷰
지난 3월 3일,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福寶)’가 중국으로 떠나기 전 한국 팬들과 만나기 위해 ‘마지막 나들이’에 나섰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에는 푸바오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한 수천명의 구름인파가 몰렸다. 중한 양국이 체결한 관련 협의에 따라 푸바오는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으로 가야 한다. 3월 4일부터 푸바오는 한 달 동안 건강 및 검역 관리를 받고 이동 적응 훈련을 마친 다음, 4월 초 중국 쓰촨(四川)성 선수핑(神樹坪)기지 격리검역구역에 입주한다.
‘한국 출생 1호 판다’로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을 지닌 ‘푸바오’는 중한 양국민에게 신드롬에 가까운 사랑을 받았다. 일거수일투족이 주목 받는 명실상부한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푸바오를 사랑하는 누리꾼들은 스스로를 푸바오 ‘이모’라 자처하며 ‘푸공주(푸린세스)’, ‘뚠빵이’ 등 사랑스러운 애칭을 붙여주었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난다는 소식에 양국 팬들의 아쉬움과 설레임도 크게 교차하는 가운데, 본격적인 중국 생활 전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월간 <중국>은 최근 쩡원(曾文) 중국 자이언트판다보호연구센터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쩡원은 먼저, 기자가 알고있던 정보를 바로 잡아주었다 푸바오의 ‘새 보금자리’가 기존에 알려진 선수핑기지가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다. 푸바오가 중국에 도착 후 바로 선수핑기지로 이동해 격리 검역구역에 입주하는 것은 맞지만 격리 해제 후 최종 거주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확실한 것은 푸바오가 중국 국가임업초원국 산하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센터(이하 ‘판다센터’) 4개 기지 중 한곳에 입주할 예정이고 그 중 선수핑기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4개 기지 모두 판다의 고향인 쓰촨(四川)성에 있다. 이 가운데 워룽(臥龍) 선수핑기지와 워룽 허타오핑(核桃坪)기지는 쓰촨성 아바(阿壩) 짱족(藏族) 창족(羌族)자치주 원촨(汶川)현의 워룽 자연보호구에 위치하고, 두장옌(都江堰)기지는 쓰촨성 두장옌시에, 야안(雅安)기지는 쓰촨성 야안시에 각각 자리잡고 있다.
기지는 동물원과 달리 동물의 자연 습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관람객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대중에 대한 교육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판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삼아 동물사육과 보호 및 연구 작업을 잘 수행하는 것이다. 4개 판다기지가 각각 강조하는 기능은 다를지라도 설립의 근본 취지는 모두 희귀동물인 자이언트 판다를 보호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지 부지 선정과 내부 설계, 관리 체계와 운영 모델 등 모든 부분을 자이언트 판다에 초점을 맞췄다. 4개 기지는 판다에게 야생에 가장 가까운 환경을 제공할 뿐 아니라 과학적인 연구와 데이터 수집을 통해 중국과 전 세계의 자이언트 판다 보호 활동에 중요한 정보와 성과를 제공했다.
따라서 푸바오의 새 보금자리가 어디로 정해지든 최상의 보살핌을 받을 것이다. 또한 곧 성체가 되는 푸바오는 독립적인 방사장과 수백 제곱미터 규모의 영지에서 생활한다. 선수핑기지 방사장의 경우, 한국 에버랜드와 비슷하게 실내 거처와 실외 운동장으로 나뉘며 양쪽을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있다. 다른 점이라면 이곳의 자이언트 판다는 약속된 ‘출퇴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쩡원은 실내외를 연결하는 여닫이 문이 기본적으로 열려 있어 판다가 자신의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사육사는 먹이 공급과 청소, 훈련 등 필수적인 일 외에는 판다의 일상활동에 관여하지 않아 판다가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반(半) 야생’ 생활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푸바오는 한국 용인 에버랜드에서 격리와 적응 훈련을 마친 뒤 4월 초 한국의 강철원 사육사와 함께 전용기로 청두 솽류(雙流)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선수핑기지는 전문 사육사와 수의사를 공항으로 파견해 푸바오를 맞이하게 된다. 푸바오는 호송을 받으며 전용차량으로 선수핑기지 검역실로 이동해 한달 간 격리 하며 중국 생활 적응에 돌입할 예정이다.
쩡원은 기자에게 “현재 선수핑기지는 푸바오를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격리 구역 내 물자와 시설 등을 갖춰 놨고 격리 기간 푸바오의 먹이와 일상생활을 관리하기 위해 사육팀, 안전보장팀, 종합조절팀 등을 꾸렸다. 각 팀은 전문적인 응급 대응책을 마련해 푸바오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격리기간을 보낼 수 있게 준비할 것이다.
격리가 끝나면 곧바로 푸바오를 만날 수 있을까? 아쉽게도 단언할 수 없다. 쩡원은 “자이언트 판다의 적응 상황에 따라 공개 시기가 결정된다”면서 “판다마다 적응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공개 시점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간 귀국 판다의 적응을 도운 경험에 비춰보면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7~8개월이 걸린다.
지난해 귀국한 해외 자이언트 판다 두 마리도 적응 시기가 서로 달랐다. 미국에서 태어난 ‘샤오치지(小奇迹)’는 2023년 11월 9일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 동물원에서 선수핑기지로 돌아왔다. 샤오치지는 2개월도 안 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2023년 12월 27일 대중과 만났다. 반면 일본에서 태어난 ‘샹샹(香香)’은 2023년 2월 21일 일본 도쿄 우에노동물원에서 쓰촨성 야안 비펑샤(碧峰峽)기지로 돌아와 같은 해 10월 7일에야 대중과 만났다. 현재 샤오치지와 샹샹은 귀국 후 완벽 적응에 성공해 날마다 세계 각지에서 온 팬들과 만난다
생활 환경의 큰 변화 속에서 선수핑기지는 푸바오의 적응을 어떻게 도울까. 쩡원은 “기지는 점진적이고 맞춤형 적응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귀국 초기에는 먹이 조합 비율, 휴식 습관 등을 한국의 사육 방식에 가깝게 하다가 점진적으로 기지의 사육 방식을 적용할 것이다. 여기서 말한 ‘기지의 사육 방식’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육사들이 각 판다의 선호, 성숙 단계, 신체 상태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그러니, 푸바오의 ‘중국생활 적응’에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지는 이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세밀한 계획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적응 문제에 대한 답을 듣고 나니 마지막으로 ‘이모’들의 최대 관심사인 ‘사윗감 고르기’에 대해 물어봤다. “푸바오에게 ‘남자친구’가 생길까요? 푸바오의 ‘남자친구’는 누가 되나요? 앞으로 푸바오도 엄마가 되나요?” 같은 질문에 쩡원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대답했다. 푸바오는 만 4세가 안 된 준성체 판다로 엄마와 떨어져 독립된 생활을 할 수는 있지만, 성성숙(性成熟)이 덜 됐기 때문에 당장은 짝짓기 계획이 없다. 이 때문에 당분간 푸바오의 ‘연애’는 보기 힘들 듯 하다.
앞으로 푸바오의 구체적인 향후 일정은 푸바오가 기지 생활에 완벽 적응한 뒤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월간 <중국>은 후속 보도를 통해 푸바오의 팬들에게 푸바오 관련 최신 소식을 발빠르게 전할 것이다. [기사=월간 <중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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